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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지방 의회용 금배지 |
일본 지방의회에서 의원 배지의 상징이던 ‘금배지’가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국제 금값 급등의 여파로 제작 비용이 크게 치솟자, 각 지방자치단체 의회들이 금 대신 은, 도금, 심지어 편백 같은 저렴한 소재로 배지 장식을 바꾸는 움직임에 나선 것이다.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나라현과 후쿠오카현 등 11개 광역지자체 의회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원 배지의 금 재질을 교체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여기에 더해 전국 47개 도도부현 가운데 약 40%에 해당하는 20곳도 금장식 대신 대체 소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가파른 금값 상승이 있다. 2023년 지방선거 당시만 해도 금배지 1개 제작비는 3만엔대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그 비용이 3배 이상 뛴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의회 입장에서는 상징성을 유지하기 위해 과도한 세금을 투입하기보다 현실적인 비용 절감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실제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달 보궐선거를 치른 와카야마현은 순금 함량 58.5%의 14K 금배지를 제작했는데, 배지 1개당 무려 16만5천 엔이 소요됐다. 의원 수를 고려하면 적지 않은 예산이 배지 제작에만 들어가게 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일부 지방의회는 보다 과감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 시즈오카현은 기존 14K 금배지 대신 내년 봄부터 도금 배지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배지 제작비는 종전의 6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지고, 총 500만 엔의 세비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오사카부의 경우는 비용 절감과 지역 홍보를 결합한 사례로 주목된다. 오사카부 의원들은 14K 금 장식을 도금이나 편백 재질로 변경했다. 특히 편백 장식은 단순한 대체재를 넘어 오사카 지역 특산품을 알리는 상징적 의미도 담고 있다.
일본 지방의회의 이런 변화는 단순한 물가 대응을 넘어, 공직 상징물에도 실용성과 예산 책임성이 요구되는 시대 분위기를 보여준다. 과거에는 금배지가 의원 신분과 권위를 드러내는 상징이었다면, 이제는 그보다 세금 부담을 덜고 지역색을 살리는 방향이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일본 지방의회의 ‘금배지 퇴장’은 금값 급등이 불러온 작은 변화처럼 보이지만, 공공예산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화려함보다 실용을 택한 이 흐름이 앞으로 일본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안·두·희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