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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제공 |
중국 국적의 미군이 중국 소셜미디어 플랫폼 샤오홍슈를 통해 외국인과 접촉한 뒤 미군 관련 정보를 주고받은 정황으로 기소되면서, 미국의 군 보안 체계와 대중국 안보 경계에 다시 한 번 비상이 걸렸다.
단순한 개인 비위 차원을 넘어, 적대국과 연결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이 군 내부 정보 접근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건의 파장이 작지 않다.
미국 법무부 사우스캐롤라이나 연방검찰청은 4월 14일(현지시간), 35세 중국 국적의 미국 군인 리위안이 사법 방해 공모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연방 대배심이 통과시킨 기소장에 따르면, 리위안은 2022년 1월 미 해군에 입대했으며, 그 이전에는 미 육군 복무 경력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핵심은 그가 중국 앱 샤오홍슈에서 한 외국인과 연락을 취하며 자신이 알고 있는 미군 관련 정보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는 점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외국인은 리위안이 알고 있는 미군 정보를 구매하려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만약 사실로 최종 확인된다면, 이는 단순한 온라인 접촉이 아니라 군사 기밀 또는 민감 정보가 외부 세력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는 심각한 안보 취약점을 드러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애초부터 간첩 혐의 수사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리위안의 주택 수당 사기 및 공격죄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는 점에서도 충격을 준다.
즉, 군 내부의 일반 범죄 혐의를 들여다보던 수사 당국이 더 중대한 안보 의혹의 단서를 포착한 것이다. 이는 군 복무자에 대한 신원 검증과 사후 관리가 얼마나 허술할 수 있는지를 되묻게 한다.
검찰은 또 리위안이 자신에 대한 미국 당국의 수사를 인지한 뒤, 공모자를 시켜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각종 통신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하고 전자기기를 공장 초기화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는 명백한 증거인멸 시도로 해석될 수 있으며, 사법 절차를 조직적으로 방해하려 했다는 점에서 사안의 중대성을 더한다. 혐의가 입증될 경우 공모죄는 최대 5년, 사법 방해죄는 최대 2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은 리위안의 복무 및 귀화 과정에서 나타난 허위·누락 정황이다. 그는 해군 복무 기간 중 미국 시민권 취득을 위한 귀화 신청서를 작성하면서, 과거 비영예 제대 여부에 관한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고, 현재 주소로 가짜 샌프란시스코 주소를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단순한 행정상 실수라기보다, 자신의 이력과 신분 정보를 의도적으로 왜곡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번 사건은 미국 사회가 이미 오래전부터 우려해 온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중국계라는 출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중국 당국과 밀접한 정보통제 구조 아래 있는 플랫폼과 네트워크가 미국 군 내부 인력과 연결될 때 어떤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샤오홍슈와 같은 중국 기반 앱은 단순한 생활형 콘텐츠 플랫폼으로 포장되기 쉽지만, 중국의 국가안보 체제와 정보수집 구조를 고려할 때 미국 안보 당국이 민감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미국 국토안보부와 해군범죄수사국이 공동 수사에 나선 것도 이 사건을 단순한 군 기강 문제로 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군 내부 구성원이 중국 플랫폼을 매개로 외국인과 접촉하고 군 정보를 거래 대상으로 삼았다는 의혹은 미국으로선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물론 연방검찰도 밝힌 것처럼, 기소는 어디까지나 혐의를 제기한 단계일 뿐이며 법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유죄를 인정하기 전까지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이 미국 사회와 군 당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안보 위협은 더 이상 전통적인 전장이나 스파이 영화 속 은밀한 접선 현장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손안의 스마트폰, 일상적 소셜미디어, 그리고 느슨한 내부 검증 절차가 결합될 때 국가기밀은 너무도 쉽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미국 군의 인사 검증, 귀화 병사 관리, 디지털 보안 통제, 중국계 플랫폼 이용 규정 전반을 다시 점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미중 대결이 군사·경제·기술을 넘어 정보와 충성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지금, 미국이 직면한 안보의 최전선은 어쩌면 전함의 갑판 위가 아니라 스마트폰 화면 속일지도 모른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