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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부사령부 게시물에 첨부된 사진 |
미국이 이란과의 종전협상 개시에 맞춰 호르무즈 해협 기뢰 제거 작전에 전격 착수했다.
미군은 유도미사일 구축함 2척을 해협에 통과시켜 작전 여건 조성에 나섰고, 추가 전력과 수중 드론도 곧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협상과 군사행동을 동시에 전개하면서, 미국이 이란의 최대 협상 지렛대로 꼽혀온 ‘호르무즈 봉쇄 카드’를 정면으로 무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 중부사령부는 1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소속 병력이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 제거를 위한 사전 여건 조성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 해군 구축함 USS 프랭크 E. 피터슨과 USS 마이클 머피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아라비아만에서 작전을 수행했으며, 이는 이란이 과거 설치한 기뢰를 제거하기 위한 보다 광범위한 임무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브래드 쿠퍼 중부사령관도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 과정을 시작했다”며 조만간 해운업계와 안전 항로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미국과 이란 대표단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종전협상을 시작한 시점과 정확히 맞물려 나왔다. AP에 따르면 양측은 휴전 이후 처음 열린 고위급 협상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제, 핵 프로그램 제한, 동결자산 문제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였고, 기술급 협의는 이어졌지만 핵심 쟁점에서 이견이 뚜렷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협상장 안에서는 외교가 진행되고, 협상장 밖에서는 미군이 해협 통제의 현실을 바꾸려는 이중 압박이 병행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이 미국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쥔 가장 위력적인 카드였다. 세계 원유 해상 운송의 핵심 통로인 이곳에서 이란은 기뢰 부설과 봉쇄 위협을 통해 협상력을 높여왔다.
그러나 미국이 직접 군함을 투입해 항로 확보와 기뢰 제거에 나설 경우, 이란이 내세워 온 ‘봉쇄 가능성’은 상징성과 실효성 모두에서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된다. 로이터는 이번 작전이 미국의 대이란 군사행동 개시 이후 미 군함이 처음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사례라고 전했다.
물론 이것이 곧바로 이란의 영향력 상실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기뢰 제거가 일정 부분 성공하더라도, 이란은 여전히 미사일과 무인기, 고속정 등 다른 수단으로 해협을 위협할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이란 측에서는 미 구축함이 접근했다가 경고를 받고 물러났다는 상반된 주장도 나왔고, 미국 측은 이를 부인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작전은 완전한 해협 장악이라기보다, “미국은 필요하면 무력으로라도 항로를 열 수 있다”는 정치·심리적 메시지의 성격이 더 강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 일본, 한국,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국가들을 위해 호르무즈 해협 정리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동맹과 우방들이 스스로 하지 못하는 일을 미국이 대신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
이는 단순한 군사작전 설명을 넘어, 에너지 수송로 안전을 명분으로 미국의 개입을 정당화하는 동시에 동맹국들에 대한 불만까지 드러낸 발언으로 읽힌다.
결국 이번 호르무즈 기뢰 제거 착수는 단순한 해상 안전 조치가 아니다. 미국이 협상 개시와 동시에 이란의 핵심 압박 수단을 흔들면서 협상 주도권을 쥐려는 포석에 가깝다. 문제는 이란이 이를 굴복 압박으로 받아들일 경우 협상이 오히려 경색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미국이 실제로 안전 항로를 확보하고 일부 동맹의 지원까지 끌어낸다면, 이란은 종전협상 테이블에서 이전보다 훨씬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시작된 이번 힘겨루기가 이슬라마바드 협상의 향방을 좌우할 중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