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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최근 새로운 생리활성물질인 ‘피토신’을 경제 여러 부문에 확대 도입하고 있다며 대대적인 선전에 나섰다.
농업은 물론 산림, 수산, 버섯 생산, 경공업, 화장품, 도료, 인쇄 분야에 이르기까지 피토신이 마치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만능 해결사’인 것처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는 과학기술 성과를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고질적인 생산난과 자원난을 은폐하려는 전형적인 체제 선전의 성격을 짙게 띠고 있다.
북한 매체의 설명에 따르면 피토신은 김책공업종합대학 산하 연구기관이 3년 전 개발한 생리활성물질로, 농작물의 뿌리 발달과 광합성을 촉진해 수확량 증대에 기여했다고 한다.
이어 종자 처리, 잎 분무, 토양 개량, 수정 강화 등 농업 전반으로 응용 범위를 넓혔고, 산림 종자 발아율 향상, 버섯 생산 증대, 양어·양식 생산성 향상, 화장품 효능 개선, 도료 성능 향상, 심지어 연유 절약과 인쇄 품질 향상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설명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검증 가능한 과학적 근거가 거의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떤 실험 조건에서 어느 정도의 효과가 났는지, 대조군과 비교한 구체적 수치가 무엇인지, 외부 검증이나 학술적 평가가 있었는지에 대한 언급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북한은 피토신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긍정적 작용을 한다고 주장한다. 농업 생산 증대에서 화장품 미백, 머리칼 미용, 도료 성능 개선, 인쇄 품질 향상까지 한 물질이 전방위적 효능을 발휘한다는 식의 서술은 오히려 과학적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보도가 북한 경제의 구조적 실패를 가리는 데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지금 농업 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하는 진짜 이유는 새로운 생리활성물질 하나가 등장했기 때문이 아니라, 만성적인 식량난과 낮은 생산성, 비료·농약·농기계 부족, 낙후된 관개체계와 토양 황폐화 같은 근본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당국은 농업 실패의 구조적 원인을 직시하기보다, ‘피토신’이라는 신기술을 내세워 마치 당의 과학중시 노선이 성과를 내고 있는 듯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피토신 연구사업이 올해 국가중점과제로 선정되고, 당이 여러 부문 적용을 강하게 강조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이는 과학기술의 자율적 발전이라기보다, 당의 정책성과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치 동원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북한에서 어떤 기술이나 제품이 과학적 타당성보다 먼저 정치적 우선순위로 격상될 때, 그 결과는 대개 객관적 검증보다 충성 경쟁과 실적 부풀리기로 흐르기 쉽다. 피토신 역시 실질적 산업 혁신의 도구라기보다, ‘과학기술 강국’ 이미지를 연출하는 선전용 소재로 소비될 가능성이 크다.
산림, 수산, 버섯, 화장품, 공업재 분야까지 피토신의 적용 범위가 무한정 확장되는 모습도 의문을 낳는다. 정상적인 연구개발 체계라면 각 산업별로 장기간의 반복 검증, 독립적 평가, 생산현장 적합성 점검이 우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북한 보도에서는 이런 과정이 거의 생략된 채 “효과가 나타났다”, “전망이 열렸다”, “과학적 담보를 마련했다”는 식의 선언적 표현만 반복된다. 이는 실증보다 정치적 메시지가 우선인 북한식 보도의 전형이다.
결국 북한의 ‘피토신 확대 도입’ 선전은 경제 회생의 실질적 신호라기보다, 경제난 속에서도 무엇인가 새롭고 획기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인상을 주민들에게 주기 위한 심리전 성격이 짙다.
식량 부족과 산업 침체, 소비재 부족이라는 현실이 계속되는 가운데, 당국은 또 하나의 “기적의 물질”을 앞세워 내부 결속과 체제 정당성을 강화하려 하고 있는 셈이다.
진정한 경제 발전은 특정 물질 하나를 우상화한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검증되지 않은 성과를 만능 해법처럼 선전하는 체제가 아니라, 실패를 인정하고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는 체제만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
북한이 피토신을 아무리 ‘여러 부문에 확대 도입’한다고 떠들어도, 주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그것은 과학의 승리가 아니라 선전의 반복에 불과하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