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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가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산 로봇을 연방정부 차원에서 전면 차단하는 초당적 법안을 추진하며 대중 견제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단순한 무역 규제를 넘어, ‘데이터·알고리즘 주권’을 둘러싼 신(新) 안보 전쟁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화당의 톰 코튼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3월 26일 ‘미국 안전 로봇 기술법(The American Security Robotics Act)’을 공동 발의했다.
이 법안은 연방 정부 기관이 중국 등 이른바 ‘적대국’에서 제조된 지상 무인 장비(로봇)를 구매·운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법안 적용 대상 기관에는 국토안보부, 국방부, 국무부, 법무부 등 주요 행정부 부처가 포함된다.
특히 법안은 ‘포괄된 국가’로 중화인민공화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러시아 연방, 이란 이슬람 공화국 등을 명시하며, 사실상 전략적 경쟁국 전체를 겨냥하고 있다.
법안을 주도한 코튼 의원은 중국산 로봇 기술에 대해 “백도어를 통한 데이터 유출과 원격 조작 가능성”을 핵심 위험으로 지목했다. 이는 단순한 제조국 문제를 넘어, 로봇이 수집하는 영상·음성·공간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군사·치안·산업 전반의 보안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다.
슈머 원내대표 역시 중국의 기술 확산 전략을 정면 비판하며, “중국 공산당은 기만적 방식으로 기술 우위를 확보하려 하며, 이는 미국의 프라이버시와 산업 기반을 동시에 위협한다”고 강조했다. 즉, 이번 법안은 ‘제품 규제’가 아니라 AI 기반 플랫폼 자체를 안보 자산으로 보는 시각의 전환을 반영한다.
하원에서는 공화당의 엘리스 스테파닉 의원이 동일 취지의 법안을 발의하며 입법 동력을 더하고 있다. 스테파닉 의원은 “미국의 강점은 혁신과 창의성”이라며, 자국 로봇 산업 보호와 기술 주도권 확보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한 수입 제한을 넘어, 자국 산업 육성과 기술 차단이라는 이중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번 법안은 최근 가속화되는 미·중 간 휴머노이드 로봇 및 AI 경쟁과 맞물려 있다. 양국 기업들은 이미 산업·군사·서비스 영역에서 AI 로봇 상용화를 경쟁적으로 추진 중이며, 로봇은 더 이상 단순 기계가 아니라 데이터 수집 플랫폼이자 물리적 영향력을 가진 AI 노드로 인식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반도체, 통신장비에 이어 이 로봇 분야까지 규제 범위를 확장하며 ‘디지털 냉전’의 전선을 넓히는 모습이다.
미국 입법 절차상 이 법안이 실제 시행되려면 상·하원 모두에서 동일한 법안을 통과시키고 대통령 서명을 거쳐야 한다. 이번 법안은 공화·민주 양당 핵심 인사들이 공동 발의한 만큼 높은 정치적 추진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단순한 보호무역이 아닌 AI 시대의 ‘공급망 안보 전략’으로 해석한다. 특히 로봇은 현실 공간에서 작동하는 만큼, 데이터 유출뿐 아니라 물리적 통제 위험(시설 접근, 감시, 교란)까지 포함된다는 점에서 기존 IT 장비보다 훨씬 민감한 영역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이번 입법 움직임은 앞으로 글로벌 기술 시장에서 “누가 더 뛰어난가”보다 “누가 더 신뢰할 수 있는가”가 핵심 기준이 될 것임을 보여준다.
AI와 로봇이 일상과 국가 시스템 깊숙이 들어올수록, 기술 경쟁은 결국 안보와 가치 체계의 경쟁으로 귀결되고 있다.
안·두·희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