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인터넷 캡쳐 |
북한 당국이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건설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김정은의 현지지도를 강조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해당 기념관은 공정률 93%에 이르렀으며, ‘꾸르스크 해방 1주년’에 맞춰 완공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단순한 기념시설 건설이 아니라, 북한 정권의 군사적 서사를 재구성하고 정당화하려는 정치적 프로젝트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 “영웅 서사”의 재구성, 그 이면
북한은 이번 기념관을 “무비의 영용성과 대중적 영웅주의를 역사에 새기는 숭고한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은 실제 군사활동의 실체를 가리는 선전적 수사에 가깝다.
‘해외군사작전’이라는 표현 자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해외 파병이나 군사 개입을 거의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이를 ‘위훈’으로 포장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문제될 수 있는 군사 활동을 은폐하면서도, 내부 결속을 위해서는 적극 활용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준다.
특히 ‘꾸르스크 해방’이라는 표현은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특정 전투를 신화화하고, 북한군의 역할을 과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역사적 사실보다 체제 선전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전형적인 북한식 서술 방식이다.
■ 건설 현장이 아닌 “정치 무대”
김정은의 현지지도 역시 단순한 시찰이 아니라 철저히 연출된 정치 이벤트로 보인다. 내부 시설의 “불합리한 요소”를 지적하고 “질을 최상의 수준에서 보장하라”는 지시는 지도자의 세밀한 통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장치다.
이러한 방식은 북한에서 반복되어 온 통치 스타일이다. 군수공장, 탄광, 주택 건설 현장에 이어 이제는 ‘기념관’까지 지도자의 현지지도가 이어지며, 모든 성과가 최고지도자의 직접적 개입 덕분이라는 서사가 구축된다.
결국 건설 현장은 실질적 정책 평가의 공간이 아니라, 지도자의 권위를 재확인하는 정치 무대로 기능한다.
■ 기억의 독점과 역사 왜곡
전투위훈기념관의 핵심 기능은 단순한 추모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기억’을 독점하고, 특정한 방식으로 역사를 해석하도록 강제하는 장치다.
기념관 내부에 조성되는 영웅묘역과 노획무기 전시구역은 방문객들에게 특정한 감정—경외, 충성, 적개심—을 유도하기 위해 설계된다. 이는 역사적 사실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제거하고, 단일한 ‘영웅 서사’만을 주입하는 방식이다.
특히 청소년과 군인들에게 이러한 공간은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며, 체제에 대한 충성을 강화하는 심리적 도구로 기능하게 된다.
■ 민생 외면 속 과시적 건설
더욱 문제는 이러한 대형 기념시설 건설이 계속되는 동안,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 생활 여건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식량난, 에너지 부족, 의료 인프라 붕괴 등 구조적 문제들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막대한 자원이 ‘기념관’과 같은 상징적 건설에 투입되고 있다. 이는 체제 유지에 필요한 선전 효과를 위해 민생을 후순위로 두는 정책 선택을 보여준다.
북한이 추진하는 전투위훈기념관은 단순한 역사 기념 시설이 아니다. 그것은 해외 군사활동을 정당화하고, 지도자의 권위를 강화하며, 주민들의 기억과 인식을 통제하는 복합적인 정치 장치다.
‘불멸의 성스러운 전당’이라는 표현 뒤에는, 사실을 재구성하고 충성을 강요하는 체제의 의도가 숨어 있다. 결국 이 기념관이 기리는 것은 전투의 진실이 아니라, 정권이 필요로 하는 이야기.. 즉 “권력 유지의 서사”일 뿐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