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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늘] 평양의 ‘공동 번영’ 전람회

2026-10-28 10:11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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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0여 기업·1만여 점 출품 강조.. 계약 실적과 주민 생활 개선 효과는 제시 안 해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이 제18차 평양가을철국제상품전람회를 열고 대외경제협력 확대를 내세웠다. 그러나 출품 규모와 정책 구호를 강조한 개막 보도에는 정작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이 빠졌다. 전시된 상품이 주민들의 생활에 얼마나 보탬이 되고, 교역의 성과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하는 문제다.

조선중앙통신의 10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전람회는 전날 평양 청년중앙회관에서 개막했다. ‘공동의 발전과 번영’을 주제로 북한과 중국·몽골·방글라데시·태국의 130여 개 기업체와 회사가 참가했으며, 전자·기계·건재·의학·경공업·식료일용 분야의 1,000여 종, 1만여 점의 제품이 출품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윤정호 대외경제상은 개막사에서 “완전한 평등과 호혜”를 바탕으로 대외경제관계를 확대하는 것이 북한 당국의 일관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제경제협력의 신뢰는 선언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거래 조건과 계약 이행, 대금 결제의 투명성 등 실제 거래를 뒷받침할 내용이 필요하다. 이번 보도에서는 이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을 찾기 어렵다.

출품 숫자가 곧 경제 성과는 아니다

130여 개 기업과 1만여 점이라는 숫자는 행사의 외형을 보여준다. 그러나 북한 기업과 해외 기업이 각각 얼마나 참가했는지, 실제 구매 수요와 계약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정보는 제시되지 않았다. 개막 단계인 만큼 최종 실적을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출품 규모만으로 북한 경제의 회복이나 대외협력 확대를 입증할 수는 없다.

통신은 출품 제품에 ‘선진과학기술’을 도입했다고 설명하면서도 기술 수준과 품질을 판단할 구체적인 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생산 능력과 안정적인 공급 여부, 일반 주민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인지도 알 수 없다. 전시장에 상품이 있다는 사실과 주민들이 일상에서 그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은 별개다.

전람회가 경제 성과를 보여주는 자리라면, 행사 이후 실제 계약과 납품, 생산과 고용의 변화까지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성과적 진행’이라는 당국의 평가를 검증할 수 있다.

‘번영’의 기준은 주민의 생활이어야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내세운 전시가 더욱 엄격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북한의 식량·영양 문제에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이 경작지 부족, 농기계·비료 접근의 어려움, 반복되는 자연재해 등으로 식량 수요를 충족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한다. 또한 농촌 주민의 식생활이 도시보다 열악하고, 공공배급이 정부의 일일 목표량에 지속적으로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조건에서 경제정책의 성패를 판단할 기준은 명확하다. 식품을 얼마나 화려하게 진열했는지가 아니라 주민들이 충분하고 안정적으로 먹을 수 있는지다. 전자제품과 건축자재의 출품 역시 가계의 구매력과 주거 여건 개선으로 이어질 때 의미가 있다.

북한의 식량난에는 자연재해와 생산 기반의 취약성, 국제교역 제약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이 당국의 정책 책임까지 지워주지는 않는다. 주민 생활을 우선하는 자원 배분과 경제 성과의 투명한 공개는 북한 당국이 답해야 할 과제다.

평양 전람회가 실질적인 교역과 민생 개선의 계기가 된다면 평가할 일이다. 그러나 이번 개막 보도만으로 확인되는 것은 행사 규모와 당국의 의지 표명이다. ‘공동의 발전과 번영’이라는 구호의 진정성은 전시장 밖에서 검증돼야 한다. 그 첫 번째 지표는 북한 주민의 밥상이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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