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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군부와 노동당 핵심 인사들이 남측 접경지역 요새화 현장을 찾아 군사적 대응 수위를 높이는 발언을 쏟아냈다.
차단물 설치를 ‘주권 행사’로 정당화하면서 남측의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도발로 몰아붙이고, 남북 간 단절을 영구화하는 작업에는 ‘성업’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동시에 분단 고착을 정치적 업적으로 포장하려는 행보다.
조선신보가 21일 전한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북한 국방성 고문 박정천은 전날 이른바 ‘남부국경요새화공사’ 현장의 주요 지점을 시찰했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리일환과 부장 김여정, 인민군 총참모부 주요 지휘관들이 동행했다.
박정천은 남측이 제기하는 북한군의 ‘월선’ 문제를 “의도적이며 계획적인 억지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북한군이 자신들의 땅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남측이 북한군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을 하면 “즉시 반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가 두려워할 수준의 화력 배치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내놓았다.
월선 여부의 근거 대신 ‘즉시 반격’ 위협
문제는 월선 여부라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 북한이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기보다 군사적 위협으로 대응했다는 점이다. 해당 보도에는 문제가 된 지점의 위치나 군사분계선과의 관계를 확인할 자료가 담겨 있지 않다. “국경선이 어디까지인지는 우리 군대가 더 잘 알고 있다”는 일방적인 선언만으로 월선 논란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접경지역에서 오인과 충돌을 막으려면 경계선 준수와 상황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 그러나 박정천의 발언은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적대행위로 묶어 비난한 뒤, 실제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에는 즉각 반격하라고 지시하는 방식이었다. 무엇을 ‘안전 위협’으로 판단할지에 따라 현장 충돌의 문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북한은 차단물 공사를 ‘정상적인 국경강화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사의 성격을 스스로 정상적이라고 규정한다고 해서,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계 침범이나 긴장 고조의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행동에는 주권이라는 명분을 붙이고 상대의 대응에는 도발이라는 낙인을 찍는 전형적인 책임 전가다.
김여정의 ‘성업’.. 분단 고착을 역사적 사명으로
김여정의 발언에서는 이번 공사의 정치적 목적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는 김정은이 남측과의 경계선을 “가장 영구적인 선”으로 만들라고 명령했다고 밝히면서, 이를 “잘못 씌여온 역사에 종지부를 찍는 ‘성업’이고 ‘대업’”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한 군사시설 보강을 넘어 남북의 단절을 되돌릴 수 없는 국가적 과제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주민의 왕래와 만남을 가로막는 장벽을 세우면서 그 작업에 신성한 역사적 사명이라는 의미까지 부여한 것이다.
한때 민족과 통일을 정권의 정당성으로 내세웠던 북한이 이제는 분단의 영구화를 업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산가족의 고통과 주민들의 선택권은 찾아보기 어렵다. 최고지도자의 명령이 앞자리를 차지하고, 장병들에게는 이를 무조건 관철해야 할 의무만 강조된다.
당 비서와 김여정, 군 지휘부가 함께 현장을 찾은 점도 주목된다. 이번 시찰이 군사 공사의 진척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과 군에 대남 적대노선을 재확인시키는 정치적 행사였음을 보여준다.
북한이 장병의 생명과 안전을 진정으로 중시한다면 필요한 것은 ‘압도적인 군사행동’의 과시보다 우발적 충돌을 줄이는 조치다. 주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영구적인 차단선보다 만남과 교류의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분단을 굳히는 장벽은 높이 쌓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장벽을 ‘성업’으로 부른다고 해서 주민의 고통까지 역사적 업적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