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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 가톨릭 498] 버지니아주의 주민투표, 주님 위에 카이사르를 놓다

2026-10-21 08:01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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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D. 스칼리아 Paul D. Scalia is pastor of St. James Parish in Falls Church, Virginia, and vicar for clergy of the Diocese of Arlington. 알링턴 교구 성직자 담당 교구장 대리


“신부님, 종교에 정치를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내가 자주 듣는 말이다. 물론 실제로 이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들은 성당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쪽의 정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때에만 이런 불평을 꺼내 든다. 지금 이런 불평이 나오는 가장 최근의 이유는 올가을 버지니아주 주민투표에 부쳐지는 두 개의 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우리의 ‘가톨릭 신자는 반대표를’ 운동이다.

제1호 개정안은 제한 없는 낙태를 버지니아주 헌법에 명시하려 한다. 예상대로 이 발의안은 단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성문화하여, ‘돕스’ 판결 이전의 좋았던 시절로 돌아가려는 것이라고 소개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나쁜 일이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그보다 훨씬 더 나아간다. 합법적 낙태에 찬성하는 많은 사람조차 충격을 받을 만한 행위들에 문을 열어 줄 것이다. 모호하고 자의적으로 늘여 해석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는 상투적인 수법으로, 이 개정안은 출산 직전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부모의 모든 권리를 없애며, 낙태 산업에 대한 책임 추궁을 불가능하게 할 여건을 조성한다.

제2호 개정안은 버지니아주 헌법에서 동성혼 ‘금지’를 없애는 것이라고 홍보된다. 물론 그런 금지 조항은 없다. 동성혼이 언급되지 않는 것은 그것이 혼인으로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 헌법이 동성혼을 금지한다는 말은 동물학이 유니콘을 금지한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주 헌법은 그저 혼인을 본래의 실재에 따라 정의할 뿐이다. 놀랍지도 않게, 이 개정안의 문구는 상상 속의 금지 조항뿐 아니라 사실상 혼인에 관한 그 어떤 정의도 없애 버린다. 혼인의 정의를 넓힘으로써 혼인 제도 자체를 해체하는 것이다. 이것이 줄곧 궁극적인 목표였다.

다행히 알링턴 교구의 마이클 버비지 주교는 이 발의안들에 적극적으로, 분명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 왔으며, 교구 사제들에게도 그렇게 하도록 권고했다. 가르침은 처음부터 명확했다. 이것은 정당이나 후보자가 관련되지 않은 단순한 주민투표이므로, 반대표를 던지는 것은 도덕적 의무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사람들은 종교와 정치를 두고 화를 낸다.

그들의 분노는 방향을 잘못 잡았다. 우선, 사태를 거꾸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교회가 국가의 정당한 자율성을 침해하는 일이 아니라, 국가가 교회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이다. 카이사르가 하느님의 것들에 대한 권한을 주장하는 것이다. 바로 이럴 때 하느님의 봉사자들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

더 나아가, 교회가 가르치고 자신의 입장을 옹호할 권리를 지니는 것은 그렇게 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교회가 공동선에 관하여 국가를 가르칠 수 없다면, 신앙은 공적 영역에서 거의 쓸모가 없으며 차라리 성당 건물 안에만 갇혀 있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교회의 예언자적 증언은 생명과 혼인에 관한 진리를 인정하고 그에 따라야 할 의무가 국가에 있음을 일깨운다. 어머니와 자녀의 결합, 남자와 여자의 결합은 사회의 토대로서 국가에 앞서 존재한다. 공동선을 증진해야 하는 국가는 이 결합들을 수호할 뿐 아니라 증진할 의무도 지닌다.

버지니아주는 스스로를 ‘커먼웰스’라고 부른다. 그러나 11월 주민투표에 부쳐지는 발의안들은 그 말이 가리키는 공동선에 좋은 징조가 되지 못한다. 그것들은 우리를 저마다 자기 뜻을 관철하려 다투고, 저마다 자기 존재의 의미를 정의하는 원자화된 개인들로 더욱 분열시킬 뿐이다.

알고 보면 교회는 공동선에 관하여 할 말이 많다. 교회의 증언과 옹호 활동은 이 공동체의 모든 시민에게 축복이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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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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