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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타도제국주의동맹’ 결성 100주년을 맞아 당과 국가기관의 핵심 간부들을 조선혁명박물관에 집결시켰다. 북한 당국은 이를 ‘혁명정신 계승’으로 선전했지만, 보도 내용은 김일성의 업적을 찬양하고 간부들의 충성을 다지는 데 집중됐다.
조선중앙통신은 18일, 전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들을 비롯한 당 중앙위 일군들과 성·중앙기관, 평양시당 및 구역·군당 책임일군들이 조선혁명박물관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참관자들이 항일혁명투쟁시기관에서 김일성의 사진과 사적물, 관련 자료에 대한 해설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이 김일성의 ‘영구불멸할 업적’을 체득하고, 혁명 1세대의 정신과 투쟁 기풍을 계승할 의지를 다졌다고 강조했다.
역사적 주장에 대한 검토 없이 반복되는 ‘절세위인’ 찬양
북한은 이번 보도에서 김일성이 타도제국주의동맹을 결성하고 항일투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공식 서사를 되풀이했다. 그러나 그 주장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사료나 검증 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사진과 사적물이 전시돼 있다는 설명만으로 공식 서사의 역사적 타당성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숭고한 위인상’, ‘절세위인’, ‘영구불멸할 업적’이라는 표현은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기보다 지도자를 절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박물관을 ‘혁명전통교양의 대전당’으로 규정한 것 역시 이번 행사의 목적이 자유로운 역사 탐구보다 당이 정한 해석을 주입하는 데 있음을 보여준다.
역사를 권력에 대한 충성의 교재로 만들면 비판적 질문은 사라지고 찬양만 남는다. 이번 보도에서도 참관자들이 무엇을 질문하고 어떤 문제를 토론했는지는 찾아볼 수 없다. 공개된 것은 지도자의 업적을 받아들이고 계승을 다짐했다는 정형화된 결론뿐이다.
‘반제’ 구호와 세습 권력 사이의 모순
‘타도제국주의’라는 명칭은 외부의 지배와 예속에 저항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 구호가 오늘날 주민의 자유와 권리를 확대하는 대신 김씨 일가의 세습 권력을 정당화하는 데 동원된다면, 해방이라는 명분 자체가 무색해진다.
외세의 지배를 거부한다는 주장과 내부 권력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정치는 별개의 문제다. 국가의 자주성을 강조한다고 해서 주민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통치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행사에 당 중앙위 비서뿐 아니라 행정기관과 지방 당 책임자들까지 참여한 점도 눈에 띈다. 정책을 수립하고 주민 생활을 책임져야 할 간부들에게 공통으로 요구된 것은 지도자의 업적을 되새기고 혁명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이는 간부 평가와 통치의 중심에 정책 성과보다 정치적 충성이 놓여 있음을 드러내는 장면으로 읽힌다.
100년 기념에 빠진 주민의 현재
제공된 보도에는 주민의 식량 사정, 의료와 교육의 질, 생활 여건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간부들이 주민을 위해 무엇을 책임지고 바꿀 것인지도 제시되지 않았다.
기념행사라는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당과 국가의 핵심 책임자들이 모인 자리의 의미가 오로지 과거 지도자 찬양과 충성 다짐으로 설명된다는 점은 북한 통치의 우선순위를 보여준다. 주민의 현실을 살피는 일보다 권력의 기원을 신성화하는 일이 앞에 놓인 것이다.
‘타도제국주의동맹’ 100주년이 북한 사회에 의미 있는 계기가 되려면, 당국은 과거의 영광을 반복하는 데서 벗어나 현재 주민들이 누리는 자유와 삶의 조건에 답해야 한다. 박물관에서 되풀이하는 충성의 맹세로는 주민의 권리도, 생활도 개선할 수 없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