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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1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
북한이 주민 감시와 통제 강화, 자의적 구금 등 북한의 인권 상황을 지적한 유엔 보고서에 대해 “반공화국 인권 선동”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북한은 유엔이 구체적으로 제기한 한국인 장기 억류자 문제와 자유권 침해 문제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제81차 유엔총회에 제출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권 상황 보고서’를 겨냥해 “주권 국가의 인권 실상을 왜곡날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보고서를 “미국을 위시한 적대 세력들의 반공화국 ‘인권’ 선동의 대표적 산물”이라고 규정하고,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유엔 무대를 악의적인 비난 선동의 마당으로 전락시켰다”고 비난했다. 또 향후에도 북한 인권 문제가 국제무대에서 계속 제기될 경우 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경고도 내놨다. 북한의 이 같은 공식 반응은 3일 보도됐다.
특히 북한 외무성은 “우리에게 있어서 인권은 곧 국권이며 어떤 경우에도 양도할 수 없는 절대주권”이라며 북한의 체제와 제도에 대한 비판을 ‘주권 침해’와 연결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의 핵심은 북한 체제에 대한 추상적인 평가가 아니라 북한 내부에서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인권침해 의혹과 장기 억류 문제다.
구테흐스 사무총장 명의의 보고서는 지난해 6월 1일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북한의 인권 상황을 다뤘으며, 첨단기술의 활용 확대로 주민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강화되는 등 인권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판단을 담았다. 또 인권침해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조사와 책임 규명을 촉구했다.
특히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온 한국인 억류자 문제도 다시 등장했다.
유엔 임의구금 실무그룹은 앞서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씨의 북한 내 구금에 대해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된 상태에서 장기간 억류된 점 등을 지적했다. 실무그룹은 이들의 자유 박탈이 세계인권선언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여러 조항에 위배되는 ‘자의적 구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북한에 즉각적인 석방과 배상을 포함한 구제 조치를 요구했다.
유엔 실무그룹은 이들이 가족과 변호인, 외부 인사와 정상적으로 접촉할 수 없었던 점도 문제 삼았다. 북한 정부가 관련 의혹에 충분히 답변하지 않았다는 점도 유엔 판단에 반영됐다.
따라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문제 제기를 단순히 ‘적대 세력의 모략’이라고 규정하는 것만으로는 유엔이 제기한 구체적인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
북한은 그동안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제기가 나올 때마다 체제 전복을 노린 정치적 공세라는 입장을 되풀이해왔다. 이번 담화에서도 같은 논리가 반복됐다. 인권 문제를 개인의 기본적 권리보다 국가주권의 문제로 규정하고 외부의 검증 요구 자체를 적대행위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유엔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북한이라는 국가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 국가의 통치 아래 있는 개인들이 어떤 처우를 받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더욱이 김정욱·최춘길·김국기 씨와 같이 신원이 특정된 장기 억류자들의 경우에는 생사와 건강상태, 수감 장소, 가족과의 연락 가능 여부 등을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돼 왔다.
보고서에 언급된 강제북송 탈북민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구호보다 당사자의 안전과 소재, 적법절차가 보장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 공개다.
북한은 이번 담화에서 자신들의 존엄과 제도를 훼손하거나 주민의 이익을 건드리는 행위는 “엄중한 주권 침해행위”로 간주될 것이며 “응당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북한의 강경한 표현이 거세질수록 국제사회가 제기해온 질문은 오히려 더욱 선명해진다.
억류된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가족과 연락할 수 있는가. 변호인의 도움을 받고 있는가. 주민들은 자유롭게 이동하고 정보를 접하며 종교와 표현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는가.
북한이 유엔의 보고서를 ‘왜곡’이라고 주장한다면 그 주장을 입증할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국제적 검증을 허용하고 구체적인 자료와 사실관계를 공개하는 것이다.
인권 문제에 대한 답은 위협적 담화가 아니라 확인 가능한 사실이어야 한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