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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늘] 김여정, 지뢰폭발 ‘자작극’ 주장하며 보복 위협

2026-09-30 22:34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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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군 단 한 번도 월선 안 했다” 주장.. 한국 군 당국 조사·공개자료와 정면 충돌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이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를 한국의 “자작극”으로 규정하며 군사적 보복까지 위협하고 나섰다.

아직 한미 군 당국과 유엔군사령부의 최종 조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한국의 조사 자체를 모략극으로 몰아붙인 데 이어 특정 한국군 부대까지 거론하며 “가차 없는 보복”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사실관계 규명보다 책임 부인과 위협에 방점을 찍은 담화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여정은 9월 29일 발표한 담화에서 지난 21일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를 “10여 년 전 목함지뢰 사건을 방불케 하는 명백한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국군이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월선을 이유로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해온 데 대해서도 “우리 군인들은 단 한 번도 국경선을 넘어선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개된 한국 군 당국의 조사 결과는 김여정의 주장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합동참모본부는 28일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폭발 원인이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사고 지역에는 한국군의 지뢰 매설 기록이 없으며, 북한군이 인근 지역에서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형 변화가 지난해부터 관측됐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부상 장병의 장구류에서는 TNT 성분과 갈색 계열 이물질도 검출됐다. 폭발 위치는 군사분계선 남쪽 약 10여m 지점으로 조사됐다.

특히 현장 조사 과정에서는 1차 폭발 지점에서 약 1m 떨어진 곳에 북한군 목함지뢰와 형태가 유사한 갈색 수지 재질의 반보병지뢰가 매설돼 있었다는 공병요원의 진술도 확보됐다. 다만 군은 미폭발 지뢰의 실물 확인과 추가 현장조사가 필요하다며 이를 아직 최종 결론으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최종 조사 결과는 유엔사와 공동 평가를 거쳐 공개할 예정이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사고 원인을 북한의 고의적인 지뢰 매설로 단정하는 것 역시 신중할 필요가 있다. 북한군 지뢰로 확인되더라도 최근 고의적으로 매설된 것인지, 기존 지뢰가 유실돼 이동한 것인지 등의 쟁점은 추가 규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김여정은 이런 조사 절차와 별개로 사건 전체를 처음부터 한국의 “자작광대극”이라고 단정했다. 물적 증거를 제시하거나 공동조사 가능성을 제안하기보다는 조사 주체를 비난하고 사건 자체를 조작으로 몰아가는 방식이다.

더욱 우려되는 대목은 담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노골적인 군사적 위협이다.

김여정은 한국군의 경고사격이 실제 사격으로 이어질 경우 북한 국경부대가 “즉시적이고 가차없는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국군 3군단 21보병사단의 DMZ 방향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북한군이 이 지역에 “전술적 반격수단들을 증강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건의 진상을 둘러싼 논쟁을 넘어 특정 부대와 군사적 대응수단까지 거론한 것은 접경지역의 우발적 충돌 위험을 높이는 대목이다.

김여정의 “북한군은 단 한 번도 국경선을 넘어선 적이 없다”는 주장 역시 한국 측 공개자료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합참 정보본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군의 MDL 침범은 올해 8월 약 20회, 9월 약 30회 등 두 달 동안 50여 차례로 평가됐다.

물론 북한은 자체적으로 설정한 이른바 ‘국경선’과 정전협정상 군사분계선에 대해 한국과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북한이 일방적으로 새로운 경계 개념을 내세운다고 해서 기존 정전협정상의 군사분계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 군과 유엔사는 북한이 최근 DMZ에서 진행하는 이른바 ‘국경 요새화’ 및 지뢰 매설 활동과 관련해 정전협정 위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30일 한국 합참도 북한의 관련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선전전도, 감정적 공방도 아니다. 정확한 현장 조사와 물증 확보, 그리고 그 결과의 투명한 공개다.

한국 군 당국 역시 현재 발표가 어디까지나 중간 조사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최종 조사에서 지뢰의 종류와 매설 경위, 고의성 여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북한 역시 정말 자신들과 무관한 사고라고 주장하려면 한국을 향해 “자작극”이라는 정치적 비난과 보복 위협을 쏟아낼 것이 아니라 객관적 조사와 사실 확인에 협조하는 것이 설득력을 높이는 길이다.

그러나 김여정의 이번 담화는 그런 태도와 거리가 멀다. 사고 원인 규명에 필요한 구체적인 반박 자료보다 원색적인 비난과 군사적 경고가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뢰 한 발의 출처를 규명하는 문제는 남북 어느 쪽의 선전 구호로 결론 내릴 사안이 아니다. 북한이 정말 ‘자작극’을 주장하려 한다면 위협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증거로 말해야 한다. 사실관계가 확정되기도 전에 총성과 보복부터 거론하는 태도야말로 한반도의 긴장을 더욱 위험한 방향으로 몰아갈 수 있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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