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서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이 대한민국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공개된 뒤 벌어지는 한·우크라이나 간의 공방을 바라보면 한 가지 근본적인 의문을 지울 수 없다. 한국 정부는 과연 이들의 입국 사실을 언제까지 비공개할 생각이었는가.
한국 정부는 북한군 포로의 국내 송환이 외교·안보와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치는 예민한 사안이라며, 우크라이나와 비공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당사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비공개가 필요했다고 설명한다. 사람의 생명이 걸린 문제라면 이 같은 보안 필요성은 충분히 존중돼야 한다. 실제 포로의 이동 과정이나 신변 보호 조치가 완료되기 전에 이를 공개하는 것은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안전을 위한 ‘일시적 비공개’와 국민에게 사실 자체를 알리지 않는 ‘무기한 비공개’는 전혀 다른 문제다.
두 사람이 안전하게 대한민국에 도착하고 정부의 보호 아래 들어왔다면 그다음에는 설명이 필요하다. 언제 입국했는지, 이들이 어떤 의사에 따라 한국행을 선택했는지, 대한민국 정부가 앞으로 이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등 공개 가능한 범위의 기본적인 사실은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신원과 구체적인 거처, 이동 경로처럼 안전에 직결되는 정보는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까지 ‘비공개가 타당했다’는 설명에만 집중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자국이 공개적인 국가라면서, 포로들을 어디론가 비밀리에 보내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는 취지로 설명했고, 송환 사실만 공개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후 우크라이나 측 일각에서는 비공개 약속 자체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와 다른 설명이 나오면서 양국 사이의 인식 차이까지 드러나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갈등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북한군 포로 문제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가능성이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가운데 앞으로 또 다른 포로가 발생하고, 그 가운데 대한민국행을 원하는 사람이 나온다면 한국은 다시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두 사람의 한국행은 단순한 한 차례의 송환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향후 북한군 포로의 자유의사 확인과 신변 보호, 한국 이송에 관한 하나의 인도적 협력 모델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인 외교 공방이 아니라 앞으로의 원칙을 세우는 일이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합의를 위반했다고 판단한다면 그 합의가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에서 설명해야 한다. 특히 비공개의 목적이 이송 과정의 안전 확보였는지, 국내 입국 이후에도 계속 비공개한다는 의미였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
정부가 북한을 의식해 공개를 꺼렸다는 야권의 주장은 현재 정치적 주장에 해당하며 확인된 사실로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정부 스스로 의혹을 해소할 책임이 있다. ‘안보상 필요했다’는 말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비공개의 범위와 시점, 공개 전환의 기준을 밝히면 된다.
국가안보에는 비밀이 필요하다. 외교에도 때로는 침묵이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국가에서 모든 비밀에는 이유와 한계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군 포로 문제의 중심에는 북한 정권도, 한국 정부의 체면도, 우크라이나 정부의 체면도 아닌 포로 개개인의 생명과 자유의사가 있어야 한다. 한국행을 원하는 북한군이 앞으로 또 있을 경우 그들이 정치적 부담이나 남북 관계의 계산 때문에 주저하게 되는 상황만큼은 만들어서는 안된다.
이번 일을 한·우크라이나 관계의 불필요한 갈등으로 확대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우크라이나의 협조가 있었기에 두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이 가능했다는 사실 역시 외면해서도 안된다.
정부가 정말 당사자의 안전을 위해 비공개를 선택했다면 이제 국민에게 답하면 된다.
그들의 안전이 확보된 뒤에는 언제 공개할 예정이었는가.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