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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이번에는 관광지와 유원지에 설치된 오락기계까지 내세워 주민들의 ‘문화정서생활 향상’을 선전하고 나섰다.
조선신보는 16일 대성산지도국 유원지정보기술교류사가 제작한 각종 유희오락기재가 삼지연관광지구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비롯한 전국의 이른바 ‘문화정서생활거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보가 소개한 기기는 승용차경주, 건강운동발판, 사탕따기 등이다. 평양 능라인민유원지에서도 많은 주민이 이들 기기를 이용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평양 주민의 인터뷰까지 동원됐다. 보도에 등장한 한 주민은 오락기계에서 나오는 그림과 음악이 친숙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고 말했다.
오락시설을 개발하고 주민들이 여가를 즐기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문제는 북한 당국과 매체가 이러한 제한된 소비·오락 공간을 마치 주민 전체의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있다는 증거인 것처럼 반복적으로 부각한다는 데 있다.
최근 북한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삼지연, 평양의 각종 상업·오락시설 등을 집중적으로 선전하며 국가가 제공하는 소비와 여가 공간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도 최근 북한에서 유원지와 쇼핑시설, 휴양지 등 국가가 관리하는 소비·여가 공간이 확대되고 있지만, 이러한 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계층과 지역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북한 주민들의 기본적인 먹고사는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화려한 시설들이 집중적으로 선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에서 약 1,070만 명이 영양부족 상태에 있으며, 5세 미만 어린이의 약 18%가 만성 영양실조로 인한 발육부진을 겪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의 농업 생산도 주민 전체의 식량 수요를 안정적으로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농기계와 비료 부족, 자연재해 등이 식량 사정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 WFP의 설명이다.
이런 현실과 비교하면 ‘승용차경주’와 ‘사탕따기’ 오락기계의 인기를 국가적 성과처럼 소개하는 북한 매체의 보도는 묘한 대비를 이룬다.
주민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오락기계 몇 대가 아니다. 안정적인 식량 공급과 충분한 소득, 의료와 주거,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과 같은 기본적인 생활 조건이다. 관광지에 화려한 시설을 세우는 것과 주민들의 전반적인 삶의 질이 개선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특히 평양이나 관광특구의 일부 시설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방식만으로 북한 주민 전체의 생활상을 판단하기도 어렵다. 북한 내부의 지역별·계층별 생활 격차와 시설 이용 가능성에 대한 독립적인 자료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오락기계가 얼마나 인기 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주민이 기본적인 생활을 안정적으로 누리고 있는가이다.
관광객과 일부 주민에게 즐거움을 주는 시설을 만드는 동안에도 북한 주민 상당수가 영양과 식량 문제를 겪고 있다면, 당국이 먼저 내놓아야 할 자랑거리는 사탕따기 기계나 승용차경주 게임이 아니다.
화려한 관광지의 불빛과 오락기계의 음악이 커질수록 그 선전 화면 밖에 있는 주민들의 일상은 더욱 냉정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북한 당국이 말하는 ‘인민을 위한 문화생활’의 진정한 성과는 유원지의 웃음소리가 아니라 주민 다수가 먹고사는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생활 여건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