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독자 제공 |
중국의 대표적인 인권 사진기자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 작가인 두빈(杜斌)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과 공산당 체제가 감추고 싶어 하는 인권 문제를 꾸준히 기록해 온 언론인이 다시 감옥에 갇히면서, 중국의 언론·표현의 자유 탄압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위권망 등 중국 인권 관련 매체들에 따르면 두빈은 2025년 10월 15일 베이징 경찰에 연행된 뒤 형사구류와 체포·기소 절차를 거쳤으며, 올해 6월 24일 베이징 순이구 법원에서 재판을 받았다. 이후 8월 28일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으며 형기는 2027년 4월 14일까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중앙통신을 비롯한 중화권 매체들도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특히 충격적인 대목은 두빈이 시사·정치 관련 게시물 약 40건을 리트윗하거나 댓글을 단 행위가 유죄 입증 자료로 활용됐다는 보도다. 사실이라면 단순한 온라인 표현과 정보 공유가 실형을 선고하는 근거가 됐다는 의미다.
다만 현재까지 일반에 공개된 법원 판결문이나 중국 당국의 상세한 공식 선고 자료는 확인되지 않고 있어 구체적인 범죄사실과 법원의 판단 근거는 투명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
‘국가 지도자 공격’이 죄명인가
두빈 사건에서 나타난 중국 공안·사법당국의 처리 과정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두빈은 지난해 10월 16일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바로 전날 경찰에 연행돼 순이구치소에 수감됐다. 당초 적용된 혐의는 중국 형법상의 이른바 ‘도발·소란죄’(寻衅滋事罪)였다.
지난해 12월 변호사가 두빈을 접견했지만 경찰은 사건이 기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도 지난해 두빈의 기소 사실을 전하면서 당국이 그의 저술 등을 문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국가 지도자 공격’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중국 형법상 독립된 정식 죄명이 아니다. 결국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기록했는지가 처벌의 실질적인 이유가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도발·소란죄’는 중국 형법 제293조에 규정된 범죄이지만, 국제인권단체들은 중국 당국이 이 조항을 정치적 반대자와 언론인·인권활동가를 처벌하는 데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국제앰네스티는 중국 사법부가 모호하고 광범위한 국가안보·공공질서 관련 법규를 이용해 평화적인 발언과 인권활동을 범죄화하는 사례를 분석했으며, 휴먼라이츠워치 역시 온라인 게시물이나 정부 비판 발언을 이유로 이 죄명이 적용되는 사례가 반복됐다고 지적한다.
어머니 임종 면회도 거부
두빈에게 내려진 형량 이상으로 비판받아야 할 대목은 구금 과정의 비인도성이다.
보도에 따르면 재판과 선고를 앞둔 시기 두빈의 어머니가 위독해졌다. 두빈은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귀가나 면회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어머니는 아들을 만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사람의 자유를 박탈하는 형벌은 법률에 따라 집행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표현과 관련된 사건에서 가족과의 마지막 만남까지 막았다면 이는 법 집행의 엄정함을 넘어 인간적 존엄의 문제로 이어진다.
공산당이 감추고 싶었던 장면을 기록한 사람
두빈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거듭 압박을 받아온 이유는 그의 취재 이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는 베이징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중국 사회의 빈곤층과 민원인, 인권피해자들의 삶을 오랫동안 기록했다. 2004년부터 뉴욕타임스 베이징 지국을 위해 사진을 촬영하는 등 국내외 언론과도 일했다.
2013년에는 랴오닝성 마싼자 노동교양소의 여성 수감자 고문 실태를 고발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관련 증언을 책으로 펴냈다. 이후 그는 베이징 공안에 구금됐다가 한 달여 만에 석방됐다.
2014년에는 중국 본토 출신 작가가 집필한 톈안먼 6·4 사건 관련 저서인 《톈안먼 학살》을 출간했으며, 2015년에는 독립중문필회의 ‘린자오 기념상’을 받았다. 2020년에도 ‘도발·소란’ 혐의로 한 달 넘게 구금됐다가 풀려났다.
그가 반복해서 기록한 것은 공산당의 화려한 국가 선전물이 아니었다. 노동교양소에서 벌어진 고문, 국가폭력의 피해자, 톈안먼의 기억과 중국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람들의 삶이었다.
카메라와 펜을 감옥에 가둔다고 진실까지 사라지나
두빈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공유하고, 지도자를 비판하고, 국가가 숨기고 싶은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 과연 감옥에 가야 할 범죄인가.
중국 정부는 ‘법치’를 강조하지만, 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아니라 권력에 불편한 사람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면 그것은 법치가 아니라 법을 이용한 통제일 뿐이다.
국제앰네스티는 최근 중국 인권활동가 사건들을 분석하면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법원이 모호한 공공질서·국가안보 조항을 활용해 평화적인 표현을 처벌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빈에게 내려졌다는 징역 1년 6개월은 한 언론인에게 내려진 형벌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의 기자와 작가, 사진가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가 될 수 있다. 보지 말라, 기록하지 말라, 말하지 말라는 경고다.
하지만 역사는 그 반대를 증명해왔다. 권력이 사진기자를 가둘 수는 있어도 그가 촬영한 사진까지 지울 수는 없다. 작가를 투옥할 수는 있어도 이미 기록된 역사를 없앨 수는 없다.
중국 당국이 진정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법치국가’를 말하려 한다면 두빈 사건의 판결문과 구체적인 증거, 법적 판단 근거부터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그의 범죄가 결국 정부와 지도자에 대한 비판적 표현에 불과하다면, 그에게 필요한 것은 감옥이 아니라 즉각적인 자유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