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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경대 김일성 생가 - 자료 사진 |
북한이 혁명사적지 건설국 창립 50주년 기념보고회와 전국3대혁명소조기술혁신전시회, 재중동포단체들의 광복절 경축행사를 잇따라 소개하며 체제 결속과 ‘혁명전통’ 선전에 다시 힘을 싣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9일 혁명사적지 건설국 창립 50주년 기념보고회가 전날 개최됐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제7차 전국3대혁명소조기술혁신전시회가 평양 과학기술전당에서 개막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또 광복절 81주년을 맞아 중국 지린과 선양 등에서 재중동포단체들이 14~15일 경축행사를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각각 건설, 과학기술, 해외동포라는 서로 다른 영역의 행사처럼 보이지만 북한 매체가 이를 다루는 방식에는 공통점이 있다. 주민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지보다 당과 혁명, 충성, 사상적 결속을 얼마나 재확인했는지가 늘 중심에 놓인다는 점이다.
특히 ‘혁명사적지’는 북한에서 단순한 역사 유적이 아니다. 김일성 일가의 혁명전통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교육하는 정치·사상 공간으로 활용돼 왔다. 이러한 기관의 창립 50주년을 대대적으로 기념하는 것은 북한이 여전히 과거의 혁명서사와 지도자 우상화를 체제 정당성의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3대혁명소조’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북한은 사상·기술·문화의 ‘3대혁명’을 앞세워 생산현장의 기술혁신과 인재 육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경제 발전의 핵심은 전시회와 구호가 아니라 기업의 자율성, 기술자의 창의성, 안정적인 전력과 원자재 공급, 국제적인 기술교류와 투자환경이다. 이런 구조적 조건을 외면한 채 정치운동 방식의 기술혁신만 반복해서 강조한다면 성과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재중동포단체들의 광복절 경축행사 역시 북한 특유의 정치적 동원 구조를 보여준다. 광복은 한반도 전체 구성원이 함께 기억해야 할 역사적 사건이지만 북한은 이를 김일성 중심의 ‘항일혁명전통’과 체제 정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석해 왔다. 해외동포 행사조차 이러한 공식 서사를 재확인하는 장으로 활용되는 모습이다.
문제는 북한 주민들에게 지금 절실한 것이 또 하나의 기념보고회나 정치행사인지에 있다. 주민의 생활을 개선하고 경제를 정상화하려면 혁명사적지의 숫자나 충성의 구호보다 식량과 주거, 의료, 교육, 안정적인 일자리와 자유로운 경제활동의 기반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과학기술 역시 정치적 충성경쟁이 아니라 연구자의 자유로운 탐구와 정보 접근, 국제사회와의 교류 속에서 발전한다.
북한 매체에는 날마다 ‘성과’와 ‘혁신’, ‘경축’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그러나 주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변화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화려한 전시회와 보고회는 결국 또 하나의 선전행사에 머물 수밖에 없다.
혁명사적지를 더 잘 보존했다는 소식보다 주민들이 얼마나 자유롭고 풍요롭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국가 발전의 지표다. 북한 당국이 이제라도 ‘혁명의 역사’를 꾸미는 데 쏟는 관심만큼 ‘오늘을 살아가는 주민의 삶’에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