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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만경대혁명학원과 칠골혁명학원, 남포혁명학원 원아들을 자강도의 공장과 건설장에 보내 이른바 ‘경제선동활동’을 벌이게 했다. 학생들의 공연을 통해 노동자들의 생산 의욕과 충성심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교육받아야 할 청소년들마저 체제 선전과 경제적 동원의 도구로 활용하는 북한 당국의 비정상적인 통치 방식이 드러난다.
노동신문은 혁명학원 원아들이 강계건재공장을 비롯한 주요 생산시설과 건설현장을 순회하며 노래와 공연을 선보였다고 전했다. 원아들의 활동이 노동자들에게 “혁명의 불, 투쟁의 불”을 지피고, 생산에서 “새 기준, 새 기록”을 창조하도록 고무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노래와 구호가 부족한 원자재와 전력, 낡은 설비와 비효율적인 경제구조를 해결할 수는 없다.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안정적인 임금과 식량 공급, 안전한 작업환경, 기술혁신과 합리적인 경영체계가 먼저 보장돼야 한다.
북한 당국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또다시 주민의 ‘정신력’과 ‘충성심’만을 경제성과의 원천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김정은의 “선전선동공세를 진공적으로 벌려 근로자들의 정신력을 총폭발시켜야 한다”는 지시는 북한 경제정책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생산 차질의 원인을 분석하고 제도와 설비를 개선해야 하지만, 북한은 경제적 실패의 책임을 노동자들의 사상 상태와 노력 부족으로 돌리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혁명학원 원아들이 부른 곡목도 경제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아동단가’와 ‘내 운명의 품’ 등 체제와 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노래를 생산현장에서 공연하게 한 것은 경제선동이 실질적인 생산 지원이 아니라 정치적 충성심을 재확인하는 의식에 가깝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이 아직 성장 과정에 있는 학생들을 노동현장의 정치선전에 앞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사고하고 지식과 인격을 함양하도록 돕는 곳이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혁명학원은 학생들을 어려서부터 ‘혁명의 계승자’로 규정하고, 당이 요구하는 충성과 희생을 주민들에게 전파하는 선전대로 활용하고 있다.
신문은 원아들의 모습을 “혁명의 피줄기를 이어가는 믿음직한 계승자”라고 칭송했다. 이는 학생 개개인의 꿈과 적성보다 혈통과 정치적 임무를 우선시하는 전체주의적 교육관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청소년들에게 지도자와 당을 위한 희생을 반복적으로 주입하고, 이를 다시 주민 통제에 이용하는 악순환인 셈이다.
자강도 당위원회가 원아들의 활동에 필요한 조건을 “원만히 보장했다”는 대목도 모순적이다. 학생 공연과 선전행사를 위해 차량과 인력, 물자를 동원할 여력은 있으면서도 정작 생산현장의 설비 개선과 노동자들의 생활 안정에는 얼마나 실질적인 자원이 투입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북한이 말하는 ‘증산의 동음’과 ‘연속도약의 불바람’은 현실의 경제성과를 입증하는 구체적인 생산량이나 주민 생활의 개선이 아니라 추상적인 구호에 불과하다. 객관적인 통계와 검증 가능한 성과는 제시하지 않은 채 공연이 노동자들의 기세를 북돋웠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경제는 선동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학생들의 노래와 충성 구호로 잠시 작업장의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는 있어도, 고장 난 기계를 수리하거나 부족한 원료를 채울 수는 없다. 경제정책의 실패를 주민의 정신력으로 메우려는 시도가 계속되는 한 북한이 주장하는 ‘새 기준’과 ‘새 기록’은 선전매체 속의 구호에 머물 수밖에 없다.
혁명학원 원아들을 생산현장에 내세운 이번 행사는 북한 체제가 경제난을 해결하기보다 어린 학생들까지 동원해 실패를 감추고 충성을 강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미래세대를 생각한다면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선동 무대가 아니라 정치적 강요에서 벗어나 배우고 생각하며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