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가 제2차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강령에 따른 새로운 선택교육과정의 시행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이를 김정은의 ‘영도 업적’으로 포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학생의 자율성과 창의성, 교사의 전문성, 교육시설과 학습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찾아보기 어렵고, 교육정책마저 최고지도자의 치적으로 돌리는 낡은 우상화 문법만 반복되고 있다.
북한은 올해부터 새로운 선택교육과정을 실시한다며 이를 “중등교육을 선진 수준에 올려세울 수 있는 확고한 토대”라고 주장했다. 또한 “나라의 미래를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교육”을 만들기 위한 변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육의 성패는 교육과정의 명칭을 바꾸거나 국가가 새로운 강령을 선포한다고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관심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지, 학교마다 필요한 교사와 교재가 충분히 마련돼 있는지, 실험·실습 시설과 정보통신 환경이 갖춰져 있는지, 지역과 계층에 따른 교육 격차가 해소되고 있는지가 먼저 검증돼야 한다.
신보는 이러한 현실적 조건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은 채 모든 성과를 김정은의 ‘정력적인 영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설명했다. 이는 교육정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라기보다 지도자 숭배를 강화하기 위한 정치선전에 가깝다.
특히 ‘선택교육과정’이라는 표현도 실제 학생들의 선택권을 의미하는지 의문이다. 교육 내용과 학교 운영 전반을 국가와 노동당이 통제하는 체제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자유롭게 진로를 결정하고 과목을 선택하기는 어렵다. 겉으로는 선택교육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력과 사상적으로 순응하는 주민을 길러내기 위한 또 다른 통제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 교육의 핵심은 학생을 국가 목표에 맞춰 획일적으로 길들이는 데 있지 않다.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자유롭게 질문하며,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다. 그러나 북한 교육에서는 수령과 당에 대한 충성, 집단주의, 체제 수호가 학문적 탐구보다 우선시돼 왔다.
이런 환경에서 아무리 ‘교육혁명’과 ‘세계 선진 수준’을 외쳐도 진정한 교육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교실에서 정답이 미리 정해져 있고, 체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면 선택과목의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창의적인 인재가 길러질 수 없다.
신보는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이 시행된 이후 교육이 “부단한 변혁”을 이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교육 현장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통계나 국제적으로 비교 가능한 학업 성취도, 학교별 시설 수준, 교원 처우, 학생 출석률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성과를 검증할 수 있는 자료 없이 지도자의 결단과 업적만 강조하는 것은 교육정책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선전일 뿐이다.
더구나 북한 정권은 심각한 경제난 속에서도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 왔다. 교육을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과제라고 주장하려면 군사력 과시보다 학교 시설 개선, 교원 양성, 교재 공급, 학생 영양과 보건에 국가 재정을 우선 배분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국가와 지도자를 위해 헌신하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국가는 학생들이 안전하고 풍요로운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충분한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도 물어야 한다. 교육의 질은 구호나 충성 맹세가 아니라 교실의 현실에서 드러난다.
북한이 진정으로 교육을 세계 선진 수준에 올려놓고자 한다면 먼저 교육을 정치선전과 우상화에서 해방해야 한다. 학생에게 질문할 자유를 주고, 교사에게 가르칠 자율성을 보장하며, 외부의 지식과 정보를 자유롭게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정은의 이름을 모든 교육정책 앞에 붙이는 것으로는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수 없다. 미래를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교육은 지도자에게 충성하는 학생을 만드는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며 책임질 줄 아는 자유로운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이어야 한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