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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산하 금강산가극단 단원들이 약 한 달간 평양에 머물며 진행한 이른바 ‘기량전습’이 순수한 민족예술 교육이라기보다 북한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강화하고 이를 재일동포 사회에 확산하기 위한 정치·사상교육의 성격을 드러냈다.
조선신보는 1일 금강산가극단 단원들이 지난 6월 23일부터 7월 21일까지 평양에서 성악과 기악, 무용 교육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단됐던 전습이 7년 만에 재개됐다는 것이다.
보도만 놓고 보면 이번 방문은 재일동포 예술인들이 민족음악과 전통무용을 배우는 문화교류 행사처럼 보인다. 실제로 단원들은 발성과 발음, 악기 연주법, 무용의 기초 동작 등을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그러나 조선신보가 강조한 전습의 목적과 교육 내용을 들여다보면 예술적 기량 향상은 수단에 불과하고, 궁극적인 목표는 북한 정권의 선전 메시지를 재일동포 사회에 전달하는 데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기사에서 한 단원은 최근 창작된 노래를 배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 “김정은 원수님의 영도업적과 조국의 발전상이 반영돼 있기 때문에 가극단이 제일 먼저 알고 동포들에게 배워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는 금강산가극단의 역할이 단순한 공연예술단체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북한에서 제작된 체제선전 음악을 습득하고, 이를 일본 내 조선학교와 총련 조직, 재일동포 행사 등을 통해 확산하는 해외 선전조직의 역할까지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예술을 정치적 충성의 도구로 변질
예술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창작의 자유와 다양한 표현, 예술가 개인의 독창성이다. 그러나 북한식 예술교육에서 예술은 개인의 사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영역이 아니라 최고지도자의 업적과 체제의 우월성을 찬양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취급된다.
조선신보 역시 단원들이 “수령에 대한 무한한 충실성”과 “조국에 대한 신념”을 굳게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악과 무용을 배우기 위해 방문한 청년들에게조차 예술적 성취보다 지도자에 대한 충성이 우선적인 덕목으로 제시된 것이다.
전습 과정에서 배운 노래와 춤이 어떤 예술적 가치와 사회적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한 설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영도업적”, “조국의 발전상”, “강대한 조국”, “애족애국운동”과 같은 정치적 구호가 반복된다.
이는 북한이 말하는 ‘민족예술’이 민족의 다양한 삶과 역사,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이 아니라 김정은 정권의 정당성을 선전하는 체제예술로 제한돼 있음을 보여준다.
통제된 평양의 모습만 보여준 ‘현실 체험’
전습단은 체류 기간 김원균명칭 평양음악무용종합대학에서 교육을 받는 한편 조선로동당 중앙간부학교와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새별거리,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등을 방문했다.
그러나 이들이 방문한 장소는 북한 당국이 대외선전을 위해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시설과 김정은의 치적을 과시하는 건축물들이다. 주민들의 실제 생활상이나 지방의 경제난, 식량 부족, 열악한 의료 환경, 장마당의 현실 등을 접할 수 있는 일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북한 당국이 선택한 장소만 둘러보고 “몰라보게 발전된 조국”과 “강대한 조국”을 체감했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철저하게 연출된 견학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평양의 일부 거리와 관광지, 기념비적 건축물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북한 주민 전체의 생활수준이나 국가의 발전 정도를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조선신보는 제한된 방문 일정을 북한 발전의 증거로 포장하고, 단원들의 감격적인 소감을 통해 체제선전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재일 청년들에게 강요되는 정치적 정체성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일본에서 성장한 젊은 단원들이 민족문화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북한 정권에 대한 정치적 충성을 요구받고 있다는 점이다.
민족의 언어와 음악, 춤을 배우고 계승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민족문화와 특정 독재정권에 대한 충성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한민족의 문화는 북한 정권이나 김씨 일가의 소유물이 아니며, 민족예술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김정은의 영도업적까지 찬양해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조선신보는 ‘조국’, ‘민족’, ‘애국’을 북한 정권과 동일시하고 있다. 북한 체제에 대한 충성이 곧 민족에 대한 사랑이며, 김정은 찬양 노래를 보급하는 것이 곧 애국사업이라는 논리다.
이러한 논리는 재일동포 청년들이 자신이 살아가는 일본 사회의 현실과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외면한 채 북한 중심의 폐쇄적인 정치관에 머물도록 만들 수 있다. 또한 예술단원 개인의 양심과 사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필요한 것은 선전 전습 아닌 자유로운 문화교류
금강산가극단이 진정으로 재일동포 사회의 민족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려 한다면 북한 정권의 정치적 지시로부터 독립된 예술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전통민요와 민속무용뿐 아니라 남북한과 재일동포 사회의 다양한 음악을 폭넓게 연구하고,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창작하고 비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지도자의 업적을 찬양하는 노래를 의무적으로 배우고 이를 동포들에게 전파하는 방식으로는 진정한 민족예술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기량전습은 북한이 문화와 예술을 통해 해외 동포사회의 충성심을 관리하려는 오랜 정책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선신보가 말하는 ‘민족예술로 애국사업을 추동한다’는 구호의 이면에는 예술을 체제선전과 사상통제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북한 정권의 의도가 자리하고 있다.
예술은 권력자를 찬양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재일동포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김정은의 영도업적을 노래하는 법이 아니라, 어떤 권력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삶을 자유롭게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권리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