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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 명이 하루 만에 몰려든 스페인 세우타

2026-08-01 22:25 | 입력 : 안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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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국경 체제 뒤흔든 초유의 불법 난민 사태
- 이탈리아, 스페인발 비EU 여행객 국경 검사 재개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스페인령 북아프리카 자치도시 세우타(Ceuta)에 약 6만 명의 이주민이 단기간에 몰려드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유럽 전역에 국경 안보 비상이 걸렸다.

모로코와 맞닿은 세우타는 인구 약 8만5천 명의 소도시다. 그런데 지난달 30일부터 불과 하루 남짓한 기간에 도시 인구의 약 70%에 해당하는 인원이 육로와 해로를 통해 한꺼번에 진입했다.

스페인 내무부는 실제 입국자를 약 5만 명으로 집계했지만, 후안 헤수스 비바스 세우타 자치정부 수반은 최대 6만 명이 국경을 넘은 것으로 추산했다.

철조망 넘고 바다 헤엄쳐 진입

이번 사태는 세우타와 인접한 모로코 북부 도시 프니데크 일대에서 수만 명이 일제히 이동하면서 시작됐다. 이주민들은 국경 철조망을 넘거나 방파제를 우회했고, 일부는 구명조끼와 임시 부유물에 의지한 채 밤바다를 헤엄쳐 세우타 해변에 도착했다.

진입자 대부분은 모로코 출신의 젊은 남성과 청소년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러운 인파로 국경시설과 해변 일대가 사실상 마비됐으며, 세우타의 숙박·식량·의료·치안 체계도 수용 한계를 넘어섰다.

희생자도 계속 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8월 1일 기준 사망자가 67명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초기 집계는 34명이었으나 수색 과정에서 시신이 추가로 발견됐다. 사망자 상당수는 바다를 건너다 익사했으며, 일부는 국경 울타리와 방파제 주변에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경이 열렸다”는 소문이 대규모 이동 촉발

이번 집단 진입의 직접적인 계기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한 “모로코와 세우타의 국경이 열렸다”는 허위 정보가 지목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밀입국 알선 조직들이 국경 통제가 무력화됐다는 내용의 동영상과 메시지를 퍼뜨려 대규모 이동을 부추긴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스페인 법원의 이주민 송환 관련 판결이 “세우타에 도착하기만 하면 즉시 추방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왜곡돼 전달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다만 모로코 당국이 고의로 국경을 개방했다거나 스페인 정부의 이민자 합법화 정책이 직접 사태를 촉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뚜렷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모로코의 높은 청년 실업률과 빈곤, 사회적 불평등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장기간 경제적 어려움에 놓인 청년들이 유럽 입국 가능성이 열렸다는 소문을 접하자 일시에 국경으로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산체스 “스페인 영토주권 침해한 공격”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내무장관과 함께 세우타를 방문해 이번 사태를 “스페인의 영토적 완전성과 주권을 침해한 행위”로 규정했다. 그는 국경 개방설을 퍼뜨린 밀입국 알선 조직을 비판하고 경찰과 군 병력을 증파하겠다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는 국경과 해변에 군·경을 추가 배치하고 해상 감시를 강화했다. 또 방파제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국경 구간에 약 500m 길이의 추가 차단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스페인과 모로코 당국이 통제를 강화하면서 진입자 상당수는 다시 모로코로 돌아갔다. 스페인 내무부는 지난달 31일 오후까지 약 4만8,300명이 세우타를 떠나 모로코로 귀환했다고 밝혔다. 세우타에서 스페인 본토로 이동하려면 별도의 경찰 신원검사를 거쳐야 해 대다수 이주민은 유럽 본토에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탈리아, 스페인발 비EU 여행객 검사 재개

그러나 파장은 이미 유럽 전역으로 번졌다. 이탈리아 정부는 세우타 사태에 대응해 한 달 동안 스페인에서 항공편이나 선박으로 입국하는 비유럽연합 국적자를 대상으로 선별적인 국경검사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를 “국가안보를 보호하고 이탈리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예방하기 위한 특별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스페인과 다른 유럽연합 회원국 국민의 이동은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솅겐협정은 안보와 공공질서에 중대한 위협이 발생했을 때 회원국이 일시적으로 국경검사를 재도입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스페인과 육상 국경을 공유하지 않는 데다 세우타 진입자 대부분이 모로코로 돌아간 상태여서, 이번 조치가 실효성보다 정치적 상징성이 크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세우타와 멜리야에서 스페인 본토로 이동하려면 경찰의 신원 확인을 거쳐야 한다”며 “솅겐 지역의 완전성은 절대적으로 보장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프랑스도 스페인 국경 감시 강화

프랑스는 스페인과 맞닿은 피레네산맥 일대 국경 검문을 강화했다. 로랑 뉘녜스 프랑스 내무장관은 신속 국경개입부대를 가동하고 경찰과 헌병 334명, 항공기 3대와 무인기를 추가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와 스페인을 오가는 열차에 대한 순찰도 확대하기로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스페인에 대한 연대를 표명하면서도 필요할 경우 국경 검사를 더욱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역시 “누구도 유럽연합의 규칙을 지키지 않고 들어올 수 없다”며 밀입국 조직 해체와 신속한 송환을 촉구하고 프론텍스를 통한 추가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한 국가가 침공당한 모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세우타 사태를 “한 국가가 침공당한 것과 같은 모습”이라고 표현하며 스페인의 이민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미국의 국경 문제와 연결해 불법 이민 통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스페인 정부의 이민자 합법화 정책이 6만 명의 집단 진입을 직접 유발했다는 주장에는 논란이 있다. 해당 정책은 일정 시점 이전부터 스페인에 거주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며, 이번에 세우타에 진입한 사람들에게 자동으로 적용되는 제도는 아니다.

유럽 외부 국경의 취약성 드러나

세우타와 멜리야는 아프리카 대륙과 유럽연합을 연결하는 유일한 육상 국경이다. 이 때문에 두 지역은 오랫동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모로코 출신 이주민들이 유럽으로 향하는 핵심 통로로 이용돼 왔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지역적 밀입국 사건을 넘어 소셜미디어의 허위 정보, 밀입국 조직, 북아프리카의 경제난, 유럽 각국의 상이한 이민정책이 결합하면 국경 통제체제가 얼마나 빠르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동시에 이주민의 생명과 인권을 보호하면서도 외부 국경과 법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유럽의 오래된 딜레마도 다시 부각됐다.

세우타 사태는 대규모 불법 입국이 한 회원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솅겐 자유이동체제와 유럽연합 전체의 안보·정치적 신뢰를 흔드는 공동 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중대한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안·희·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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