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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늘] ‘남녀평등’ 80년 자찬한 북한

2026-07-30 21:38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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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을 충성·동원의 도구로 묶어둔 현실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이 남녀평등권법령 발포 80주년을 맞아 여성들의 권리가 보장되고 있다고 선전했지만, 정작 행사에서 강조된 것은 여성의 자유와 존엄이 아니라 김정은 정권에 대한 충성과 희생이었다.

조선중앙통신은 29일 평양 여성회관에서 여성동맹 간부들과 동맹원들이 참가한 실화무대 ‘우리는 조선여성’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북한 여성들이 “사회적 불평등과 봉건적 구속에서 해방됐다”며 이를 김일성 일가의 업적으로 돌렸다.

그러나 행사 내용을 살펴보면 북한이 말하는 ‘여성 해방’이 무엇을 뜻하는지 분명히 드러난다. 무대에 오른 여성들은 자신의 권리와 삶의 개선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김정은에 대한 감사와 군대 지원, 집단을 위한 희생, 당 결정 관철을 다짐했다.

특히 조선중앙통신은 여성들에게 ‘참된 여성혁명가’, ‘진정한 애국자’, ‘공산주의 어머니’가 될 것을 요구했다. 이는 여성을 독립된 인격과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기보다 당과 국가, 군대와 가정을 위해 헌신해야 하는 존재로 규정한 것이다.

여성의 권리가 아닌 ‘충성의 의무’ 강조

남녀평등권법령을 기념하는 행사라면 여성들이 겪는 차별과 어려움을 돌아보고, 교육·고용·가정·사회 참여에서 실질적인 권리가 얼마나 보장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는 여성의 정치적 발언권, 경제적 자립, 가정폭력 방지, 출산과 양육의 부담, 직장과 가정에서의 이중노동 문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대신 군인들을 찾아가 지원하는 ‘원군 활동’과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희생만이 모범적인 여성의 삶으로 제시됐다.

북한 정권이 내세우는 남녀평등은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자유를 보장하는 평등이 아니다. 여성들에게 생산 노동과 사회 동원에 참여하도록 요구하면서도 가사와 육아, 가족 부양의 책임까지 떠맡기는 ‘의무의 평등’에 가깝다.

결국 북한 여성들은 직장과 각종 정치행사, 생활총화, 충성 모임에 동원되는 동시에 가정의 생계와 돌봄까지 책임져야 한다. 그럼에도 북한 매체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여성들의 희생을 ‘애국’과 ‘미덕’으로 포장하고 있다.

여성운동마저 수령 우상화의 수단으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행사에서 김정은이 여성동맹 제8차 대회를 성대히 열도록 하고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을 특별한 ‘사랑’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국가 지도자가 여성들과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은 여성의 권리 보장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여성의 권리는 통치자의 선물이나 은혜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권이다.

북한은 여성의 권리마저 김일성 일가가 내려준 시혜인 것처럼 묘사한다. 이를 통해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요구하지 못하게 하고 모든 사회적 성취를 수령의 업적으로 귀속시키고 있다.

여성단체 역시 여성의 권익을 대변하는 독립적인 조직이 아니라 노동당의 지시를 여성들에게 전달하고 충성 경쟁을 독려하는 정치 동원 조직으로 기능하고 있다. 여성들의 목소리를 국가에 전달해야 할 조직이 오히려 국가의 요구를 여성들에게 강요하는 통로가 된 셈이다.

진정한 평등은 선택과 자유에서 시작된다

진정한 남녀평등은 여성들에게 더 많은 노동과 희생을 요구하는 데서 실현되지 않는다. 자신의 직업과 배우자, 거주지와 삶의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 부당한 명령과 차별에 이의를 제기할 권리, 국가와 지도자를 비판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여성을 ‘혁명가’나 ‘공산주의 어머니’라는 국가가 정한 틀에 가두는 것 역시 또 다른 형태의 억압이다. 여성은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동원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가진 한 사람의 시민이다.

남녀평등권법령 발포 80주년을 기념한다면서도 정작 여성의 목소리와 권리는 사라지고 수령 찬양과 충성 맹세만 남았다. 이번 행사는 북한 정권이 말하는 여성 해방이 실제로는 여성을 체제 유지와 경제 건설, 군사주의를 위한 희생의 도구로 묶어두는 선전 구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남녀평등을 말하려면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는 무대부터 거둘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두려움 없이 말하고 선택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기본적 자유부터 보장해야 한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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