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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제공 |
중국공산당이 이달부터 시행한 이른바 ‘민족단결진보촉진법’을 둘러싸고 국제사회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인권·시민단체 최소 54곳은 최근 공동성명을 통해 해당 법률이 중국 내 소수민족과 종교·시민사회를 억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국 밖의 개인과 단체까지 위협할 수 있다며 각국 정부의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공동성명에 참여한 단체들은 중국 당국이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 강화’를 내세워 언어·교육·언론·인터넷·종교·지역개발 등 사회 전 영역에 정치적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중국 밖에서 이뤄진 발언이나 활동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한 역외적용 조항은 국제사회의 표현의 자유와 각국의 사법주권을 침해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법률 전문가들도 중국 국내법이 국제법이나 국가 간 조약이 아닌 이상 다른 주권국가에서 당연히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각국은 독립적인 사법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일방적으로 제정한 법률의 역외 효력을 인정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률상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것과 현실적인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경고가 나온다. 중국 당국이 자국 영토에 입국한 외국인을 조사하거나 출국금지 조치하고, 국가안보 관련 법률을 적용해 구금·기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했거나 중국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일부 국가를 방문할 경우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쿠바와 태국, 베트남 등 중국과 협력 관계가 깊은 국가에서 중국 정부 비판 활동가나 인권운동가가 추적·강제송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국제사회의 대응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는 중국을 비롯한 권위주의 국가의 해외 협박과 감시, 강제송환 시도에 대응하기 위한 ‘초국가적 탄압 중단’ 관련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각국 정부가 범죄인 인도와 인터폴 수배 절차가 정치적 탄압에 악용되지 않도록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 중국대사관 인근서 국내 첫 공개 규탄집회
지난 7월 22일 오후 2시에는 서울 명동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민족단결법 시행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중국이 지난 7월 1일부터 해당 법률을 시행한 이후 국내에서 열린 첫 공개 규탄 행동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한국어와 중국어, 영어로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공산당이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 톈안먼 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파룬궁 탄압을 비롯해 티베트·위구르·남몽골·홍콩의 언어와 문화, 종교적 정체성을 억압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민족단결법을 “하나의 중화민족이라는 정치적 구호 아래 소수민족의 고유한 정체성을 강제로 해체하고, 해외의 비판자에게까지 중국법을 적용하려는 초국가적 탄압의 제도화”라고 규정했다.
법이 표준중국어 사용 확대와 국가 통일 편찬 교재, 이른바 ‘종교의 중국화’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주요 비판 대상으로 제기됐다. 참가자들은 이러한 조항이 시행될수록 소수민족의 언어와 역사, 전통문화와 신앙이 약화되고 중국공산당 중심의 획일적인 국가 정체성이 강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의 해외 비밀경찰서 운영 의혹과 인터폴 적색수배, 범죄인 인도 절차가 반체제 인사와 인권활동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참가 단체들은 미국과 유럽 등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중국의 초국가적 탄압에 대한 제재와 피해자 보호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미경중 시대 끝내고 자유진영 연대 강화해야”
집회 참가자들은 한국 사회에도 대중국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했다. 한중 수교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과 시장에 대한 기대 때문에 중국공산당의 정치적 본질과 인권탄압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성명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며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한미일 안보·경제·기술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이 외교·안보 정책과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날 집회에는 공자학원실체알리기운동본부(CUCI), 자유아시아연대, 조선족탈중국연합회, 중공아웃(CCPOUT), 코리아선진화연대 등이 참여했다. 자유아시아연대에는 위구르자유포럼, 남몽골쿠릴타이, 대만 건국당, 홍콩의회, 자유인도태평양연맹 등 중국공산당의 강압 정책에 반대하는 국내외 단체들이 함께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중국인과 티베트·위구르·남몽골·홍콩·대만 주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지지한다”며 “중국공산당의 억압이 국경을 넘어 세계의 자유를 위협하는 만큼 국제적인 반공·인권 연대를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민족단결법을 둘러싼 논란은 더 이상 중국 내부의 민족정책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중국이 자국법을 앞세워 해외 비판자와 시민단체를 압박하려 한다면, 이는 각국의 주권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이다.
국제사회가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