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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평양 화성지구를 비롯한 대규모 건설사업을 앞세워 김정은 정권의 이른바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 규모와 속도만을 반복적으로 강조할 뿐, 사업에 투입되는 막대한 재원과 노동력의 출처, 실제 입주 대상과 주택 배분 기준, 완공 이후의 유지·관리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노동신문은 ‘당이 펼친 설계도따라 조국은 계속 변모된다’는 기사에서 경루동과 송화거리, 화성거리, 전위거리, 새별거리 등을 “문명부흥의 실체”라고 치켜세웠다. 또 화성지구 5단계 건설을 통해 1만2천여 세대의 주택과 상업·봉사시설을 조성하고, 해당 지역을 정치·경제·문화적 기능을 갖춘 행정구역의 표본으로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사 전반을 지배하는 것은 주민의 구체적인 생활상이 아니라 ‘당의 설계도’, ‘당의 영도’, ‘위훈 창조’, ‘속도전’과 같은 정치적 구호다. 주택의 실제 면적과 설비 수준, 전력·상하수도 공급 능력, 난방과 교통 여건, 입주민의 만족도처럼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정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건설사업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자료 대신 “눈부신 현실”, “기적적인 건설신화”, “인민의 웃음소리” 같은 찬양 문구만 반복되고 있다.
특히 노동신문은 군부대와 사회안전성 여단,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 속도전청년돌격대 등이 건설 현장에 대거 투입됐다고 공개했다. 이는 북한의 대규모 건설사업이 정상적인 민간 건설산업과 임금노동 체계보다는 군인과 청년층의 집단동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스스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문은 이들을 ‘자원한 애국자’와 ‘위훈의 창조자’로 묘사하지만, 실제로 개인이 동원을 거부하거나 작업 조건을 선택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다. 노동시간과 임금, 안전사고, 휴식과 식량 공급, 부상자 보상 등 기본적인 노동조건도 철저히 가려져 있다.
주민의 권리보다 공사 기한과 정치적 성과를 앞세우는 ‘속도전’ 방식은 부실시공과 안전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건설사업이 평양에 지나치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북한은 ‘지방발전 20×10 정책’과 농촌 살림집 건설을 내세우고 있지만, 선전의 중심은 여전히 화성지구를 비롯한 평양의 대규모 주택단지다. 평양의 외형을 화려하게 꾸미는 동안 지방 주민들이 겪는 전력난과 식량난, 의료·교통시설 부족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북한이 “지난해보다 1.4배 많은 농촌 살림집을 건설한다”고 주장한 대목도 마찬가지다. 전체 건설 물량과 완공률, 지역별 배분, 기존 주택 부족 규모 등 비교 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채 증가율만 제시하고 있다. 숫자의 근거를 검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통계는 실질적 성과를 입증하는 자료라기보다 정치선전의 수단에 가깝다.
건설의 목적이 진정한 주민 복리라면 당국은 화려한 조감도와 충성 경쟁을 앞세우기보다 주민의 주거 선택권과 재산권, 공정한 입주 기준을 보장해야 한다. 공사비가 어디에서 조달됐는지, 노동자에게 정당한 보수가 지급됐는지, 주택이 권력기관과 특권층에 우선 배정되는 것은 아닌지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도시의 발전은 지도자의 지시와 건물의 높이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주민이 안정적으로 전기와 물을 공급받고, 자신의 노동에 합당한 보수를 받으며, 정치적 충성도와 관계없이 안전한 주택에서 살아갈 수 있을 때 비로소 생활환경의 개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당이 펼친 설계도’를 따라 조국이 변하고 있다는 북한의 주장은 결국 모든 성과를 당과 지도자의 업적으로 귀속시키기 위한 전형적인 선전구호다. 그 설계도 안에 정작 주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노동자의 권리, 지방의 균형발전과 생활의 지속가능성이 존재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인민의 복리를 말하려 한다면 ‘기적’과 ‘위훈’이라는 수사를 걷어내고, 건설 현장의 노동조건과 재원, 입주 현황, 시설 운영 실태부터 공개해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건설신화는 인민생활 개선의 증거가 아니라 체제의 실패와 불균형을 가리기 위한 거대한 선전용 외벽에 불과하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