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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가 강원도 문평제련소의 ‘비콕스 유색금속 생산토대’ 구축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보도는 문평제련소가 “세계야금계에 없는 비콕스연제련공정”을 확립했고, “회전로-전기로법에 의한 연제련공업”을 창설했다며 이를 자립경제의 또 하나의 성과로 포장했다.
최근 노동신문도 문평제련소의 비콕스 연제련공정, 김책공업종합대학과의 협력, ‘100% 우리 식’ 공정 확립 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선전은 북한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감추기 위한 전형적인 정치 언어에 가깝다. 핵심은 “콕스를 쓰지 않는다”는 데 있지만, 이는 반드시 기술적 우월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품질 연료와 설비, 국제적 기술 협력, 안정적 전력 공급을 확보하지 못하는 북한 경제의 궁핍한 조건이 ‘주체화’라는 이름으로 미화되고 있는 것에 가깝다.
문평제련소 보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콕스에 의한 유색금속 생산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주장이다. 북한은 이를 자립경제의 상징처럼 제시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외부 원료를 대체했느냐가 아니라 생산 효율, 품질 안정성, 에너지 비용, 환경 안전, 노동 조건이다.
신보는 “증산”과 “성과”를 말하면서도 실제 생산량, 불량률, 전력 사용량, 원가 절감 폭, 배출가스 처리 수준, 노동자 안전 지표에 대해서는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지 않는다. 선전은 넘치지만 검증 가능한 데이터는 보이지 않는다.
특히 ‘회전로-전기로법’이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 전력 의존도가 큰 공정을 떠올리게 한다. 전기로를 사용한다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북한은 만성적인 전력난을 겪어온 사회다.
이런 조건에서 전기로 기반 제련공정이 과연 얼마나 안정적으로 가동될 수 있는지, 생산성이 얼마나 유지되는지, 정전과 전압 불안정에 따른 설비 손상은 없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우리 식”이라는 구호는 있지만, 산업공정의 신뢰성을 보여주는 자료는 빠져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환경이다. 연 제련은 납, 황산화물, 중금속, 분진 등 심각한 환경·보건 문제를 동반할 수 있는 분야다. 북한의 매체들은 문평제련소의 기술 성과를 말하면서도 주변 주민의 건강, 노동자 보호장비, 배출가스 정화시설, 폐수 처리, 토양 오염 관리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과거 북한의 남포제련소도 비철금속 생산시설로 알려졌으나, 오염 문제와 관련된 기록이 남아 있다. 이런 점에서 문평제련소의 ‘성과’ 역시 환경 안전성 검증 없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더욱 비판적으로 보아야 할 부분은 이 보도가 노동자들의 “헌신분투”를 찬양하는 방식이다. 북한 매체는 노동자들이 “혼심을 깡그리 바쳤다”, “견결한 개척정신”으로 길을 열었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구는 대개 낙후한 설비와 부족한 자재,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인의 희생과 충성심으로 덮어버리는 선전 장치로 기능한다.
현대 산업국가라면 기술혁신은 노동자의 정신력보다 설비 투자, 안전 기준, 연구개발, 국제 검증, 공정 자동화로 평가받아야 한다. 북한식 보도는 그 반대다. 노동자의 피로와 희생을 국가 성과로 포장한다.
이번 보도에는 북한 경제 선전의 오래된 공식도 반복된다. 김책제철련합기업소, 황해제철련합기업소의 ‘주체철’과 문평제련소의 ‘비콕스 유색금속’을 나란히 배치하며, 마치 북한 금속공업 전반이 자립적 도약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묘사한다.
그러나 북한이 정말 산업적 도약을 이루고 있다면 주민 생활, 건설 자재, 농기계, 전력망, 수송망, 소비재 생산에서 눈에 띄는 개선이 나타나야 한다. 선전 속 공장들은 늘 “증산”하지만, 주민 생활은 여전히 배급난과 에너지난, 물자 부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평제련소의 비콕스 공정은 북한 당국이 말하는 것처럼 “자립경제발전사에 기록될 성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성과가 진짜라면 북한은 객관적 생산 자료, 환경평가, 노동안전 기준, 공정 효율성, 국제적 비교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는 기술혁신이라기보다 제재와 고립, 자재 부족을 ‘주체화’라는 정치 언어로 바꿔 부르는 또 하나의 선전에 불과하다.
결국 문평제련소 보도는 북한 경제의 강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약점을 드러낸다. 정상적인 산업국가라면 더 효율적이고 안전한 기술을 선택한다. 그러나 북한은 선택의 폭이 좁은 상태에서 ‘대체 공정’을 만들고, 그것을 세계적 성과라고 선전한다.
기술의 이름은 새로울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고립된 경제, 희생을 강요받는 노동자, 검증되지 않은 환경 위험, 그리고 주민 생활과 분리된 선전경제가 놓여 있다.
문평제련소의 진짜 평가는 구호가 아니라 숫자로 해야 한다. 생산량, 전력소비, 원가, 품질, 안전사고, 오염 배출, 노동자 처우가 공개되지 않는 한, “세계에 없는 비콕스 공정”이라는 말은 자랑이 아니라 북한식 폐쇄경제의 또 다른 고백일 뿐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