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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노동절’의 불편한 풍경

2026-05-02 08:07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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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식당에서도 계속되는 선동들..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노동절을 맞아 동네 인근의 한 식당을 찾았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점심시간이었다. 식당 안에는 가족 단위 손님도 있었고, 혼자 조용히 식사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때 마침 주변 아파트 경비원들로 보이는 몇 분이 식사를 위해 자리를 잡았다. 노동절이라는 이름이 붙은 날, 누군가에게는 쉬는 날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일터와 생계가 이어지는 날이었다.

그런데 자리에 앉자마자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큰 목소리로 정치 이야기를 꺼냈다. 말투는 특정 지역의 사투리가 짙게 배어 있었고, 목소리는 유달리 컸다. 식당 전체가 들을 수 있을 만큼이었다.

처음에는 국내 정치 사건 이야기였다. 그러더니 어느새 국제정세 이야기로 옮겨갔다. 미국이 탄약이 떨어진 것 같다는 식의 이야기도 했다. 이란전쟁을 잠시 멈추고 있는 것을 보면 포탄이 바닥난 것이 분명하다는 식이었다.

국제 군사전략과 전쟁 수행 능력, 탄약 비축량과 외교적 계산은 전문가들도 쉽게 단정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그러나 그의 말투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마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다는 듯했다. 문제는 그 내용의 정확성만이 아니었다. 더 눈에 띈 것은 함께 온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그들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수저를 놓고, 물컵을 정리하고, 메뉴를 고르는 척하면서도 그 이야기에 끌려들어가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정치적 대화가 나쁜 것은 아니다. 노동절에 노동과 생계, 사회의 공정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민주사회에서 시민들이 정치와 국제정세를 말하는 것 자체는 오히려 건강한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화가 아니라 선동이다. 토론이 아니라 일방적 확신이다. 함께 앉은 사람들의 생각과 식당 안의 다른 손님들의 공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자기 확신을 큰 목소리로 흘려보내는 태도가 문제다.

잠시 뒤 주변의 반응이 시원치 않자 그는 화제를 노동절로 돌렸다. 예전에는 근로자의 날에 별도로 5만 원씩 줬다는 이야기였다. 그 말 자체는 충분히 나눌 수 있는 생활의 이야기다. 누군가에게 5만 원은 작은 돈이 아닐 수 있다.

경비 노동자와 현장 노동자들에게 근로자의 날 수당과 처우 문제는 결코 가벼운 주제가 아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는 노동절의 현실을 보아야 한다. 노동의 존엄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한 사람의 수고가 정당하게 대우받고 있는가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이날 식당 한편의 풍경은 노동의 존엄보다 정치적 습관의 불편함을 먼저 떠올리게 했다. 생활의 고단함과 처우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자리마저 특정 정치적 감정과 결합될 때, 그것은 쉽게 선동의 언어로 변한다. 누군가의 삶의 어려움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 어려움이 검증되지 않은 정치적 주장과 거친 단정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특정 지역의 말투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다. 사투리는 한 사람의 고향과 삶의 흔적이다. 그것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언어적 자산이다. 다만 우리 사회에는 오래전부터 지역 정서, 계층 감정, 정치적 불만을 한데 묶어 큰 목소리의 선동으로 몰아가는 방식이 존재해 왔다. 그 방식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시장에서도, 식당에서도, 접경지역에서도, 그리고 작은 동네의 일상 속에서도 반복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은 말할 자유를 가진다. 그러나 말할 자유는 타인의 생각을 강제로 점령할 권리가 아니다. 식당은 연설장이 아니며, 동료의 식사 자리는 정치 선전의 무대가 아니다. 더구나 함께한 이들이 침묵으로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면, 그 침묵 또한 하나의 의사표시다. 말하지 않는다고 동의하는 것이 아니다. 반응하지 않는다고 설득된 것도 아니다. 때로 침묵은 “그만하라”는 가장 점잖은 거절이다.

노동절은 노동자의 권리와 존엄을 되새기는 날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 사회의 시민적 품격을 돌아보게 하는 날이기도 하다. 노동자의 처우를 말하려면 먼저 노동자의 현실을 진지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국제정세를 말하려면 최소한 사실과 근거를 존중해야 한다. 정치를 말하려면 상대방의 침묵과 불편함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노동절에 우리가 진정으로 돌아보아야 할 것은 노동자의 삶만이 아니다. 그 삶을 이용해 감정을 부추기고, 불안을 퍼뜨리고, 공동체의 상식을 흐리는 정치적 습관 역시 함께 돌아보아야 한다. 민주사회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끄는 사회가 아니라, 사실을 존중하고 타인의 공간을 배려하는 시민들이 지켜내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관·두·자 (寬頭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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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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