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022년 3.9 대선 당시 전북 군산시의 사전투표함 보관 모습 - 리베르타임즈 |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신뢰다. 그리고 그 신뢰는 선거가 끝난 뒤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무 문제 없었다”고 발표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신뢰는 투표가 이루어지는 순간부터 개표가 끝나는 순간까지, 모든 절차가 국민의 눈앞에서 설명되고 확인되고 검증될 때 비로소 형성된다.
특히 사전투표는 본투표와 달리 투표일과 개표일 사이에 일정한 시간이 존재한다. 유권자가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은 뒤, 그 표가 어디로 이동하고, 어디에 보관되며, 누가 관리하고, 어떤 방식으로 봉인되고, 참관인은 실제로 무엇을 확인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국민적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질문에 대해 선관위가 내놓아야 할 답은 “믿어달라”가 아니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다. “보여달라”는 것이다.
사전투표의 핵심은 ‘투표 이후’에 있다
사전투표제 논란에서 자주 간과되는 부분이 있다. 많은 논의가 투표 참여율, 유권자 편의, 관내·관외 투표 방식에 집중되지만, 정작 더 중요한 문제는 투표가 끝난 뒤의 관리 과정이다.
사전투표지는 투표 직후 곧바로 개표되는 것이 아니다. 일정 기간 보관된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권리가 있다. 사전투표함은 정확히 어디에 보관되는가. 보관 장소에는 누가 접근할 수 있는가. 봉인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가. 봉인 훼손 여부는 언제, 누가, 어떻게 확인하는가. CCTV는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가. 그 영상은 국민이나 정당, 참관인이 사후에 열람할 수 있는가. 참관인은 단순히 형식적으로 배치되는 것인가, 아니면 실질적인 감시 권한을 갖는가.
이 질문들은 선거 불신을 조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선거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질문이다. 민주주의에서 국민이 선거관리 절차를 묻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며, 선관위가 이에 답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문제없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선관위가 반복적으로 말하는 논리는 대체로 비슷하다. 법과 규정에 따라 관리하고 있으며,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국민이 느끼는 불신은 단순히 법 조항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절차가 국민에게 충분히 보이는가이다.
아무리 내부 규정이 정교하다고 해도, 국민이 그 과정을 볼 수 없다면 의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CCTV가 설치되어 있다고 해도, 실제 열람 기준이 불명확하다면 감시 장치로서의 신뢰는 약해진다. 아무리 참관인이 있다고 해도, 참관 범위가 제한적이고 실질적 확인 권한이 없다면 그것은 감시가 아니라 형식에 그칠 수 있다.
선거관리의 원칙은 행정 편의가 아니라 국민 신뢰다. 국민 신뢰를 위해서는 “우리가 알아서 잘하고 있다”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선관위가 국민 위에 있는 기관이 아니라 국민의 주권 행사를 관리하는 공적 기관이라면, 국민 앞에 모든 절차를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CCTV는 ‘설치’보다 ‘열람 가능성’이 중요하다
CCTV가 설치되어 있다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그 영상이 감시와 검증의 수단으로 기능하느냐이다. CCTV가 있다고 해도 영상 열람이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사후 확인 절차가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면 국민 입장에서는 그것을 신뢰 장치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CCTV는 선관위 내부 안심용 장치가 아니라 국민 신뢰를 위한 공적 감시 장치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기준이 필요하다.
첫째, 사전투표함 보관 장소의 CCTV 작동 여부를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
둘째, 영상 보존 기간과 관리 책임자를 분명히 해야 한다.
셋째, 정당·후보자·참관인 또는 일정한 법적 절차에 따른 국민의 열람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
넷째, 문제가 제기될 경우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CCTV가 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필요할 때 그 영상을 통해 의혹을 확인할 수 있느냐이다. 보여줄 수 없는 CCTV는 신뢰의 장치가 되기 어렵다.
* 리베르타임즈는 사전투표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해부하는 특별기획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특별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