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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늘] “소년의 명절”인가, 충성 강요의 무대인가

2026-06-07 18:16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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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소년단 80주년, 북한 아동 정치동원의 민낯 드러내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이 조선소년단 창립 80주년을 대대적으로 기념하며 또다시 아동들을 체제 선전의 전면에 세웠다.

조선중앙통신은 6월 6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조선소년단 창립 80주년 기념대회가 성대히 진행됐으며 김정은이 직접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보도문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은 ‘어린이의 행복’이 아니라 ‘수령에 대한 충성’이었다.

북한 매체는 조선소년단을 “학생소년들의 대중적 정치조직”이라고 규정했다. 이 표현 자체가 이번 행사의 본질을 드러낸다. 어린이는 보호받아야 할 인격체이자 자유롭게 성장해야 할 존재다.

그러나 북한에서 어린이는 독립된 인격의 주체가 아니라 당과 수령, 체제의 미래를 떠받칠 ‘혁명의 교대자’로 호명된다. 교육과 성장의 언어는 충성, 보답, 맹세, 혁명, 조직생활이라는 정치적 언어로 대체된다.

이번 대회에서도 소년단원들은 김정은에게 꽃다발을 바치고 소년단 넥타이를 매어주었으며, ‘충성의 편지’를 올렸다. 이어 “아버지원수님”을 향한 감사와 맹세가 반복됐다.

국가의 미래인 어린이들이 자신들의 꿈과 재능을 말하는 자리가 아니라, 권력자를 향한 충성 의례에 동원된 것이다.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어린이 행사라고 할 수 있는가.

김정은은 축하연설에서 아이들에게 “학업에 열중하고 조직생활에서 모범이 되라”고 당부했다. 겉으로는 교육과 건강, 효도를 말했지만, 북한 체제에서 ‘조직생활’은 단순한 공동체 활동이 아니다.

그것은 사상검열과 충성훈련, 상호 감시의 틀 안에서 개인을 체제에 종속시키는 장치다. 어린 시절부터 조직생활을 통해 수령과 당에 대한 복종을 습관화하게 만드는 것은 자유로운 교육이 아니라 정치적 길들이기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반복된 “아버지원수님”, “어머니당”, “충성의 맹세”라는 표현은 북한식 수령체제의 핵심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정상적인 국가는 어린이에게 부모와 가정, 학교와 사회의 다양한 세계를 열어준다.

그러나 북한은 국가와 당, 수령을 부모의 자리에 놓고 어린이들의 정서까지 정치적으로 점유하려 한다. 아이들의 감사와 사랑마저 권력자에게 향하도록 연출하는 것은 명백한 우상화 교육이다.

북한은 이번 대회를 “학생소년들의 밝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준 행사라고 선전했다. 그러나 진정으로 밝은 어린이의 모습은 강요된 구호와 집단행진 속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이들의 꿈은 획일적 제복과 구호, 충성문 낭독 속에서 자라나는 것이 아니다. 자유롭게 질문하고, 배우고, 뛰놀고,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그릴 수 있을 때 비로소 어린이는 건강하게 성장한다.

문제는 조선소년단 행사가 단순한 일회성 기념행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은 소년단을 통해 어린이들을 조기 정치화하고, 항일아동단의 전통, 혁명학원, 사회주의 건설의 후비대라는 이름으로 체제 유지의 인적 자원으로 편입시킨다.

이번 기념대회 역시 어린이를 위한 축제가 아니라, 김정은 체제의 정당성을 과시하기 위한 대규모 정치극에 가까웠다.

북한 당국은 “세상에 부럼없는 행복”을 말하지만, 현실의 북한 어린이들은 식량난, 의료 부족, 교육 격차, 정보 차단 속에서 살아간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충성의 편지를 쓰는 법이 아니라 충분한 영양, 자유로운 교육, 안전한 생활, 세계를 알 권리다.

김정은을 향한 만세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굶주리지 않는 사회이고, 수령의 은덕을 외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생각할 자유다.

더 심각한 것은 북한이 재일조선학생소년대표들까지 행사에 참가시켰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 체제가 해외의 동포 어린이들까지 정치선전의 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린이의 정체성과 교육은 자유롭고 열린 환경 속에서 형성되어야 한다. 특정 권력자와 체제에 대한 충성 교육을 해외 아동에게까지 확장하는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아동 동원 문제를 더 분명히 보아야 한다. 북한이 연출하는 대규모 행사와 환호, 행진, 노래 뒤에는 어린이의 자유와 인권이 가려져 있다. 아동을 정치조직에 편입시키고 수령 우상화의 도구로 삼는 행태는 현대 사회가 용납해서는 안 되는 반인권적 관행이다.

어린이는 국가의 소유물이 아니다. 당의 후비대도, 수령의 충성대도 아니다. 어린이는 각자의 존엄과 자유를 가진 한 사람의 인간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미래세대를 생각한다면 아이들에게 충성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배우고 말하고 꿈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조선소년단 80주년 기념대회는 북한이 주장하듯 “미래의 밝은 모습”을 보여준 행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북한 체제가 어린이의 순수한 세계마저 정치화하고, 아이들의 마음까지 수령체제의 도구로 삼고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소년의 명절이라는 이름 아래 진행된 것은 축제가 아니라 동원이었다. 그리고 그 동원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무대 위에서 웃고 손 흔들던 북한의 아이들이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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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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