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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디아라비아 전투기 모습 |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중동 전쟁 과정에서 이란 본토를 비밀리에 공습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중동 안보 질서가 중대한 변곡점에 들어섰다.
로이터통신은 5월 12일, 서방 관리와 이란 관리 등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 공군이 지난 3월 말 이란 내 목표물을 여러 차례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가 역내 최대 경쟁국인 이란의 영토를 직접 공격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걸프 왕정들이 더 이상 미국의 군사 보호망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번 공습은 단순한 군사작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사우디는 이란의 미사일·드론 위협, 대리세력의 공격, 석유시설 타격 위협에 대응하면서도 공개적인 직접 충돌은 피해왔다. 그러나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이후 전쟁이 확대되고, 이란이 사우디를 포함한 걸프협력회의 국가들의 미군 시설과 민간·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사우디는 자국 영토가 공격받는 상황에서 “공격받으면 직접 응징할 수 있다”는 새로운 기준선을 설정한 셈이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사우디가 공습 이후에도 외교 채널을 닫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는 이란 측에 공습 사실을 전달하고 추가 공격 시 보복 가능성을 경고하는 동시에, 자국 주재 이란 대사 등을 통한 접촉을 유지했다.
이는 군사적 응징과 외교적 관리가 결합된 이른바 ‘투 트랙 전략’이다. 무력 사용을 통해 억제력을 과시하되, 전면전으로 번지는 것은 막겠다는 계산이다.
이 전략은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3월 말 주당 105건 수준이던 이란의 대사우디 공격이 4월 초 약 25건으로 급감했다고 전했다. 이는 양측이 공개적으로 합의하지는 않았지만, 통제 불능의 확전을 피해야 한다는 암묵적 이해에 도달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국제위기그룹의 알리 바에즈 이란 프로젝트 국장도 사우디의 보복 공습과 이후 긴장 완화 과정이 “양측 모두 통제되지 않는 확전의 비용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는 안정의 신호라기보다 더 위험한 새 국면의 시작일 수 있다. 사우디와 이란이 모두 직접 군사행동의 문턱을 넘었다면, 앞으로의 충돌은 대리전이나 외교적 압박에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과거에는 예멘 후티, 이라크 민병대, 레바논 헤즈볼라 등 대리세력을 통한 간접 충돌이 주된 양상이었다면, 이제는 국가 대 국가의 직접 응징이 현실화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역시 이란에 대한 보복 공습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UAE는 이란의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이란 남부 라반섬 정유시설을 타격한 것으로 전해졌고, 로이터도 UAE와 사우디의 대응이 걸프 국가들의 군사적 태도 변화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사우디의 변화는 미국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지금까지 걸프 왕정들은 미국의 방공망, 해군력, 지역 주둔군을 핵심 안보 자산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이란의 반복되는 공격과 미국의 전략적 계산 변화 속에서 사우디는 “미국이 대신 막아줄 것”이라는 수동적 안보관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는 자주 방위의 강화처럼 보일 수 있지만, 동시에 중동 전체를 더 불안정한 상호보복 구조로 몰아넣을 위험도 안고 있다.
문제는 이란이 이를 그냥 넘길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영향권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로이터는 이란 혁명수비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작전 범위를 기존보다 훨씬 넓은 해역으로 재정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걸프 산유국들의 생명선인 해상 수송로를 압박하는 전략으로, 사우디와 UAE의 보복 공습 이후에도 이란이 물러서지 않고 있다는 신호다.
사우디 외무부 고위 관리는 공습 여부에 대한 직접 답변을 피한 채 “사우디는 역내 안정과 안보를 위해 긴장 완화와 자제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외무부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양측 모두 공개 확전을 피하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이미 군사적 금기는 깨졌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사우디가 단순히 한 차례 보복 공습을 했느냐에 있지 않다. 핵심은 중동의 안보 공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의 공격에 대해 걸프 국가들이 직접 이란 본토를 타격하는 시대가 열렸다면, 앞으로 중동의 충돌은 훨씬 빠르게 확전될 수 있다.
사우디의 보복 공습은 이란에 대한 억제 신호였지만, 동시에 중동 전체에 보내는 경고음이기도 하다. 미국의 보호망, 대리세력 간 충돌, 비공개 외교라는 기존 질서는 흔들리고 있다.
이제 중동은 “누가 먼저 공격했는가”보다 “어디까지 보복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