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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대통령, 일본인 납북 피해자 가족과 면담 - 연합뉴스 |
오는 19일 한일정상회담이 조율되고 있다는 보도가 일본 언론발로 전해졌다. 한국 언론에도 간략히 경제안보와 공급망 협력, 한미일 안보 공조 등이 의제로 언급되고 있다. 특히 일본 측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도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문제는 정작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 회담의 성격과 의제, 정치적 배경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듣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언론은 보도하는데 한국 사회는 조용하다. 정상회담이 코앞인데도 국내 공론장은 이상하리만큼 잠잠하다. 이 침묵은 단순한 외교적 신중함인가, 아니면 국민에게 알려서는 곤란한 정치적 계산인가.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은 납치문제다. 일본인 납치문제는 분명 북한 정권의 반인도적 범죄이며 국제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중대한 인권 현안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가 일본인 납치문제를 정상회담 의제로 다루려 한다면, 그와 함께 한국인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를 공동 현안으로 다루는 것이 상식이다.
지난 윤석열 정부는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위한 소통과 국제협조를 강조해 왔다. 당시 통일부도 관련 행보를 발표한 바 있고, 정부 차원의 과제 추진과 국제사회 공조 방침도 추진된 바 있다.
그러나 현 졍부 출범이후 국민이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납북자 가족과 국군포로 유족들이 느끼는 국가는 여전히 멀고, 절박함은 여전히 부족하다. 심지어 공식 브리핑에서 일본 기자의 질문에 ‘그런 일이 있었나’라는 식의 답변으로 국제사회의 비웃음거리가 되었을 정도다.
더구나 국군포로 문제는 단순한 인도주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나라를 위해 싸운 군인들을 끝까지 책임졌는가의 문제다. 납북자 문제 역시 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자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침해당했을 때 끝까지 추적하고 보호했는가의 문제다.
그런데 이 중대한 사안들이 국내 정치에서는 주변부로 밀리고,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한 침묵 속에 방치되어 왔다면, 이는 국가의 책무 방기다. 자국민의 납치와 억류 앞에서는 조용하다가, 일본과의 정상회담에서는 일본인 납치문제를 논의한다면 국민은 묻지 않을 수 없다. 남의 납치는 외교 의제이고, 우리의 납치는 불편한 과거인가.
다가오는 선거 국면과 맞물려 이 회담이 추진되는 듯한 분위기도 석연치 않다. 정상외교는 국가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지, 선거를 앞둔 정치적 이미지 관리나 외교 이벤트로 전락되어서는 안 된다.
언론의 침묵도 문제다. 일본 언론과 국내 일부 보도에서는 정상회담 조율과 일본인 납치문제 거론 가능성이 전해졌지만, 한국 사회 전체의 공론화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상회담 의제가 무엇인지, 왜 지금 이 시점인지, 한국 정부는 한국인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를 함께 제기할 것인지, 국민은 당연히 알아야 한다. 그러나 언론이 이를 제대로 묻지 않는다면 권력 감시의 본령을 저버리는 것이다. 외교라는 이름 아래 침묵하고, 보안이라는 이름 아래 덮고, 선거라는 이름 아래 포장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한일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문제를 논의하겠다면 그 의제에 반드시 한국 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 문제와 함께 다뤄져야 한다. 일본의 아픔을 이해한다면 대한민국 국민의 아픔도 먼저 껴안아야 한다. 일본인 납치문제를 국제 인권 현안으로 말하려면, 한국인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 역시 같은 무게로 국제사회에 제기해야 한다. 이것이 원칙이고, 이것이 국가의 품격이다.
물론 이같은 언론보도가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짐작되어지는 바가 없지는 않다. 분명 북한을 의식한 행보일 것으로 여겨지고, 앞서 진행되는 미중정상회담의 후속 조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선거를 앞둔 외교 이벤트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가 끝까지 자국민을 기억하고 책임지는 일이다. 이 기본을 외면하는 정상회담이라면, 아무리 화려한 의전과 미사여구로 포장해도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