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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5월 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이른바 ‘위대한 조국전쟁승리 81돌 경축 열병식’에 조선인민군 육·해·공군 혼성종대가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영훈 육군대좌가 북한군 혼성종대를 이끌고 붉은광장을 행진했으며, 열병식이 끝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군 열병종대 지휘관을 만나 사의를 표시했다.
북한은 이를 “러시아의 초청”에 따른 행사 참가라고 설명했지만, 이 장면이 상징하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군이 모스크바 붉은광장을 행진했다는 것은 단순한 외교 의전이나 군사 교류가 아니다.
그것은 김정은 정권이 러시아의 전쟁 정치, 반서방 진영, 그리고 냉전적 제국주의 향수에 공개적으로 편입되었음을 보여주는 정치적 선언이다.
붉은광장은 소련 제국의 상징적 무대였다. 20세기 냉전의 한복판에서 자유 진영과 대립했던 공산주의 군사 권력의 과시장이었고, 수많은 억압과 침략, 위성국 지배의 기억이 겹쳐 있는 공간이다. 그런 장소에서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행진했다는 것은 북한이 스스로를 ‘악의 제국’의 잔영 속에 다시 세우겠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북한은 1989년 동유럽 공산권 붕괴와 1991년 소련 해체 이후에도 끝내 체제 전환을 거부했다. 자유화와 개혁의 길 대신, 수령 독재와 핵무장, 주민 통제와 군사주의를 선택했다.
그 결과 북한 주민은 굶주림과 감시, 정치범수용소와 사상 통제 속에 갇혔고, 정권은 생존을 위해 핵과 미사일, 불법 무기 거래, 사이버 범죄에 의존하는 체제가 되었다.
이번 붉은광장 행진은 그 역사적 선택의 연장선에 있다. 북한은 다시 한 번 잘못된 편에 섰다. 자유와 인권, 국제 규범의 편이 아니라 침략과 권위주의, 군사적 위협의 편에 선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이를 ‘전략적 연대’라고 포장하겠지만, 실제로는 국제사회에서 더욱 깊은 고립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북한군의 행진이 단순한 상징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밀착은 한반도 안보를 직접 위협한다.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 기술, 에너지, 식량, 외교적 방패를 제공하고,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무기·군수 지원을 제공하는 구조가 굳어진다면 이는 동북아 안보 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위협이 된다. 북한군의 모스크바 행진은 그런 위험한 거래가 이미 공개적 단계로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이를 자랑스러운 국제무대 진출처럼 선전할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북한 청년들이 자유로운 세계와 교류하는 것이 아니라 독재국가의 전쟁 기념 열병식에 동원되고 있다.
북한군은 평화를 지키는 군대가 아니라 정권 보위와 대외 전쟁 정치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주민의 삶은 피폐한데 정권은 또다시 군복과 깃발, 행진과 구호로 체제의 허약함을 가리려 한다.
러시아 역시 이번 행진을 통해 자신이 더 이상 정상적인 국제질서의 책임 있는 일원이 아니라, 북한과 같은 고립 정권에 기대어 전쟁의 명분을 꾸미는 나라가 되었음을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이 북한군 지휘관에게 사의를 표한 장면은 러시아의 위상을 높이는 장면이 아니라, 러시아가 어디까지 추락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북한군의 붉은광장 행진은 승리의 행진이 아니다. 그것은 자유 세계와 등을 지고 낡은 제국의 그림자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몰락의 행진이다.
김정은 정권은 소련이 무너진 역사를 보면서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억압과 거짓 선전, 군사주의와 반서방 연대로는 국가의 미래를 만들 수 없다.
대한민국과 국제사회는 이번 장면을 단순한 열병식 참가로 보아서는 안 된다. 이는 북한·러시아 군사동맹의 공개적 과시이며, 한반도와 국제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북한 정권이 붉은광장에서 행진할수록 북한 주민의 자유는 멀어지고, 한반도의 평화는 위협받는다.
북한이 선택한 길은 분명하다. 그것은 번영의 길도, 평화의 길도, 정상국가의 길도 아니다. 무너진 소련의 망령을 붙잡고 다시 제국의 군화 소리에 발을 맞추는 길이다. 그러나 역사는 이미 답을 말하고 있다.
붉은광장을 가득 메운 군사 행진이 아무리 화려해도, 억압과 거짓 위에 세워진 체제는 결국 무너진다. 북한군의 모스크바 행진은 강함의 증거가 아니라, 김정은 정권이 스스로 파멸의 진영을 선택했음을 알리는 불길한 신호일 뿐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