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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미국 뉴욕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성당이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한때 젊은이들의 주말 저녁을 상징하던 클럽과 바, 화려한 사교 공간 대신, 일요일 저녁 미사와 성당 앞 계단이 새로운 만남과 공동체의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뉴욕 맨해튼의 주요 성당들, 특히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 등에는 Z세대 청년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빈자리를 걱정하던 일요일 저녁 미사는 이제 늦게 도착하면 앉을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빈다.
일부 신자들은 접이식 의자에 앉거나 유리문 밖에서 미사를 지켜보고, 발코니 계단이나 벽에 기대 참례하기도 한다. 성찬 전례 때 성체를 나누는 봉사자들이 빽빽한 인파 사이로 조심스럽게 길을 내야 할 정도라는 이야기는, 이 현상이 단순한 일시적 호기심을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눈길을 끄는 것은 미사 이후의 풍경이다. 청년들은 성당 계단에서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고, 저녁 식사 약속을 잡는다. 성당은 더 이상 엄숙한 예배 공간에만 머물지 않는다. 신앙과 사교, 공동체와 일상의 관계 맺기가 함께 이루어지는 장소로 다시 기능하고 있다.
일부 젊은이들은 미사 전부터 모임을 갖는다. 지난해 뉴욕으로 이사 온 22세 앤서니 그로스는 인근 피자가게에서 ‘피자 먹고 성당으로’라는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100명에서 200명에 이르는 젊은이들이 함께 피자를 먹은 뒤 성당으로 향한다. 그는 “혼자 미사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며 “술집에서 큰돈을 쓰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말한다.
센트럴파크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함께 걸으며 묵주기도를 바치는 ‘홀리 걸 워크’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SNS에서 유행한 ‘핫 걸 워크’를 패러디한 이름이지만, 그 내용은 전혀 다르다. 건강한 산책과 기도, 신앙적 대화가 결합된 이 모임에는 최근 150명 가까운 참가자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흐름은 단순한 도시 유행만은 아니다. 통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18세에서 29세 사이 미국 남성 가운데 “종교가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2023년 28%에서 2025년 42%로 크게 올랐다. 반면 같은 연령대 여성의 응답률은 약 30%에서 29%로 소폭 낮아져, 젊은 남성층에서 종교적 관심이 특히 두드러지는 양상을 보였다.
신앙 동향 연구기관 바나그룹도 Z세대 신자의 미사 참석 빈도가 한 달에 약 두 번으로 늘어, 2020년의 두 배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팬데믹 이후의 고립감, 경제적 불확실성, 지정학적 긴장, 사회적 관계의 해체 등을 꼽는다. 디지털 네트워크는 넘쳐나지만 실제 인간관계는 약해지고, 선택지는 많지만 삶의 방향은 흐려진 시대에 젊은 세대가 다시 종교 공동체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종자 증가도 주목할 만하다. 뉴욕의 세인트 조지프 성당에서는 올 부활절 정식 입교자가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인 약 90명에 달했다. 개종반 수강생 역시 평소의 3~4배로 늘었다.
과거 성경을 거의 접해본 적 없는 청년들까지 입교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이들이 단순히 문화적 분위기에 휩쓸린 것이 아니라 보다 깊은 의미를 찾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변화는 데이트 문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앙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을 만나려는 수요가 늘면서, 최근 출시된 가톨릭 매칭 플랫폼도 뉴욕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즉흥적 만남과 소비 중심의 데이트 문화에 피로감을 느낀 청년들이 신앙 공동체 안에서 더 안정적이고 진지한 관계를 찾고 있는 셈이다.
세인트 조지프 성당의 니페이스 엔도르프 신부는 이 현상을 단순한 외로움의 결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는 젊은이들이 성당을 찾는 이유에 대해 “직업이나 소비 이상의 가치, 삶의 방향을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뉴욕 Z세대의 ‘성당행’은 일시적 유행이라기보다 현대 사회의 깊은 결핍을 드러내는 징후에 가깝다. 풍요로운 도시, 넘쳐나는 콘텐츠, 끊임없는 소비와 연결 속에서도 젊은 세대는 여전히 묻고 있다. 나는 어디에 속해 있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누구와 함께 걸어가야 하는가.
그 질문 앞에서 성당은 다시 하나의 답이 되고 있다. 클럽의 소음 대신 미사의 침묵, 소비의 흥분 대신 기도의 질서, 익명의 만남 대신 공동체의 유대가 뉴욕의 젊은 세대를 조용히 끌어당기고 있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