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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늘] “가물과의 투쟁”

2026-04-30 13:37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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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면에 가려진 북한 농업의 구조적 실패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 당국이 최근 “례년에 보기 드문 가물현상”을 이유로 온 나라가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한 투쟁에 나섰다고 선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각 성·중앙기관 정무원들이 담당 농장에 내려가 물 운반 수단을 동원하고, 전력공업성이 관개설비 가동을 위한 전력 보장에 힘쓰며, 각 도·시·군이 관개체계를 정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겉으로만 보면 국가가 자연재해에 맞서 총력 대응에 나선 듯하다. 그러나 이 보도는 오히려 북한 농업의 취약한 현실을 드러낸다. 가뭄이 올 때마다 “온 나라가 떨쳐나섰다”는 식의 동원 구호가 반복된다는 것은, 평상시 농업 기반시설과 물 관리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뭄은 어느 나라에도 닥칠 수 있는 자연현상이다. 문제는 그것을 얼마나 예측하고, 대비하고, 피해를 줄일 제도와 기술을 갖추었느냐에 있다. 정상적인 농업국가라면 저수지 관리, 관개시설 보수, 전력 공급, 종자 개량, 토양 관리, 기상 예측 시스템이 평상시 체계적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북한은 위기 때마다 간부와 근로자를 농장에 투입하고, 물차를 동원하며, “투쟁”과 “총력 집중”을 외친다. 이는 현대적 농업 행정이라기보다 비상 동원식 땜질 처방에 가깝다.

특히 보도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관개설비들을 최대로 만가동시킬 수 있도록 전력 보장사업에 힘을 넣고 있다”는 부분이다. 이는 관개시설이 있더라도 전력난 때문에 제대로 가동되지 못할 수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물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면 물 관리 체계가 중요하고, 설비가 있어도 전기가 없어 돌리지 못한다면 에너지 체계가 문제다. 결국 북한의 농업 위기는 단순한 가뭄 피해가 아니라 전력난, 설비 노후화, 행정 비효율, 중앙집권적 통제경제가 한데 얽힌 구조적 위기다.

북한 당국은 매번 자연재해 앞에서 주민들에게 “애국적 헌신”과 “총동원”을 요구한다. 그러나 정작 농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안정적인 비료와 연료, 전기, 물, 농기계, 그리고 생산 의욕을 살릴 수 있는 제도다.

농업 생산의 주체인 농민이 자기 노력의 결실을 충분히 누릴 수 없는 체제에서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가가 모든 것을 지시하고 배분하는 방식은 위기 때마다 더 큰 비효율을 낳는다.

이번 보도 역시 주민의 고통보다는 당국의 대응을 부각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뭄으로 밀·보리 등 앞그루작물의 생육이 위협받는다면, 그것은 곧 주민 식량 사정과 직결된다.

하지만 북한 매체는 식량난의 실제 규모, 농민들의 피해, 지역별 물 부족 실태, 향후 배급 전망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대신 “정무원들이 나갔다”, “물운반수단을 동원했다”, “불비한 점을 퇴치했다”는 식의 행정 동원 성과만 나열한다.

이는 북한식 선전의 전형이다. 위기의 원인은 자연재해로 돌리고, 해결의 주역은 당과 국가기관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주민들이 묻고 싶은 것은 다르다.

왜 매년 같은 식의 농업 위기가 반복되는가. 왜 비료와 전력, 관개시설은 항상 부족한가. 왜 국가 예산은 주민의 식량안보보다 핵·미사일과 군사력 강화에 우선 투입되는가.

북한이 진정으로 가뭄 피해를 줄이고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필요한 것은 또 한 번의 “투쟁” 구호가 아니다. 농업 인프라의 현대화, 전력 공급 정상화, 시장 기능의 확대, 농민의 자율성 보장, 국제사회와의 협력 회복이 우선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주민의 생존을 정권 선전보다 앞세우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가뭄은 하늘의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가뭄이 곧바로 식량 위기로 이어지는 현실은 체제의 문제다. 북한 당국이 아무리 “온 나라가 떨쳐나섰다”고 외쳐도, 주민들이 체감하는 것은 선전의 요란함이 아니라 물 부족과 전력난, 그리고 또다시 닥쳐올 식량 불안일 것이다.

이번 가뭄 보도는 북한 농업의 투쟁 정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수십 년째 반복되는 실패한 농정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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