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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제공 |
중국 남부 제조업 벨트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수요 위축과 중국 내 경기 하강, 미중 갈등 이후 본격화된 공급망 재편, 외국 자본의 탈중국 흐름이 겹치면서 광둥성 둥관과 광시성 위린 등지에서 일본계·홍콩계 공장들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한때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 제조업의 구조적 위기가 현장 노동자들의 대량 실직과 임금·보상 분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일본 기계전자 기업 니데코는 중국 광둥성 둥관시 창안진에서 20년 넘게 운영해 온 제1공장의 가동 중단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 사이에서 유출된 내부 통지에는 해당 공장이 “외부 환경의 지속적인 영향”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으며, 회사 평가를 거쳐 전면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통지에 따르면 니데코 제1공장은 2026년 5월 30일부터 생산 활동을 중단하고, 이후 직원 배치와 노동관계 정리 등 폐쇄 후속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회사 측은 노동계약 해제 문제를 협상 방식으로 처리하고, 법률 규정에 따라 보상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수천 명 규모의 직원 이동과 고용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현장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니데코의 둥관 공장 폐쇄 움직임은 단순한 개별 기업의 경영 판단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개혁개방 이후 둥관은 일본·홍콩·대만·서방 기업들이 대거 진출한 대표적 제조업 도시였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인건비 상승, 내수 부진, 미중 무역 갈등, 지정학적 리스크, 중국 당국의 규제 강화 등이 겹치면서 외국 기업들의 중국 내 생산기지 축소와 이전이 가속화되고 있다.
허베이성의 한 베테랑 언론인은 “일본, 유럽, 미국 기업들의 중국 철수는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진행돼 왔다”며 “트럼프 행정부 이후 중국 제조업의 해외 이전이 일상화됐고, 일본과 중국의 관계도 장기간 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니데코는 마지막 사례가 아닐 것”이라며 “이는 중일 관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전체가 재편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중국 금융학자 사령관 역시 니데코의 둥관 공장 폐쇄를 외국 자본의 중국 이탈 흐름과 연결해 해석했다. 그는 “니데코는 중국 개혁개방 초기에 둥관이 외자 유치를 위해 중시했던 대표적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였다”며 “그러나 지금 외국 자본이 중국에서 누리던 경영 환경은 예전 같지 않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일 관계의 악화와 중국 내 정책 환경 변화가 일본 기업들의 철수를 더욱 빠르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제조업 위기가 노동 현장의 충격으로 곧장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광시성 위린시에서는 여러 홍콩계 장난감 공장이 4월 20일 영업 중단을 발표하면서 약 1만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화성 장난감 회사가 운영하던 잉펑, 화야오, 창펑 등 4개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현장 노동자들은 임금 정산과 법정 해고 보상을 요구하며 집단 행동에 나섰다.
현지에서는 약 5천 명의 노동자가 여러 날 동안 공장 밖에 모여 체불 임금과 보상 문제 해결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4월 22일 기준 현지 정부가 조정에 착수했지만, 구체적 해결책은 발표되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회사 측이 명확한 지급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한 노동자는 “회사가 지난해 말 둥관 창칭 장난감 공장을 폐쇄했을 때도 법정 기준에 못 미치는 수준의 보상만 지급했다”며 “이번에도 갑자기 문을 닫았기 때문에 같은 일이 반복될까 봐 많은 노동자가 항의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정상적인 임금 정산과 노동법에 따른 해고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남부 제조업의 위기는 단순한 경기순환의 문제가 아니다. 값싼 노동력, 안정적 외자 유치, 대규모 수출 주문에 의존해 성장해 온 중국식 제조업 모델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신호로 읽힌다.
특히 홍콩계 장난감 공장과 일본계 전자·기계 부품 공장은 오랫동안 중국 남부 수출 산업의 핵심 축이었다. 이들이 잇따라 폐쇄되거나 생산을 축소한다는 것은 지역 경제와 고용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길 수밖에 없다.
외국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 내 생산 유지의 매력이 줄어들고 있다. 인건비는 과거보다 크게 올랐고, 젊은 노동력 공급은 예전만 못하다.
여기에 미중 갈등과 관세 리스크, 기술 유출 우려, 중국 당국의 정치·규제 리스크가 더해지면서 기업들은 베트남, 인도, 멕시코, 동남아시아 등으로 생산망을 분산하고 있다. 이는 이른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중국 노동자들은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가 되고 있다. 공장이 문을 닫는 순간 수천 명, 많게는 만 명 단위의 노동자가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는다. 지방정부가 조정에 나서더라도 기업의 재정 상황이 악화된 뒤라면 임금과 보상 문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성장의 과실을 앞세워 체제 안정을 유지해 온 중국 당국으로서는 제조업 고용 불안이 사회 불안으로 번지는 상황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이번 니데코 둥관 공장 가동 중단과 위린 홍콩계 장난감 공장 폐쇄 사태는 중국 경제가 직면한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외자는 떠나고, 공장은 멈추며, 노동자들은 거리로 나서고 있다. 중국 당국이 아무리 ‘고품질 발전’과 ‘내수 확대’를 외쳐도, 현장에서는 수출 제조업의 기반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한때 세계 제조업의 중심으로 불렸던 중국 남부 도시들이 지금은 탈중국 공급망 재편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
외국 기업의 철수는 단순한 기업 이전이 아니라 중국 경제 모델의 신뢰 약화와 구조적 변화를 알리는 경고음이다. 그리고 그 충격은 가장 먼저 공장 노동자들의 생계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