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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사진 - 리베르타임즈 |
대한민국이 총체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진단에는 많은 국민이 공감할 것이다. 정치적 양극화, 지역 갈등, 경제적 불안, 그리고 공동체의 분열까지.. 지금의 대한민국은 단순한 위기를 넘어 방향성을 상실한 상태에 가깝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의 원인을 두고 “보수의 심장 대구가 변해야 나라가 산다”는 식의 주장에는 분명한 문제점이 있다. 이는 현실을 단순화할 뿐 아니라, 본질을 흐리는 왜곡된 진단이다.
대한민국이 살아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특정 지역에 대한 일방적 책임 전가가 아니다. 오히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탱해온 정신, 그리고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정치문화의 회복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오히려 질문해야 한다. 과연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변화가 필요한 지역은 어디인가.
대구와 부산은 오랜 기간 특정 정치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분류되어 왔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결코 단일하지 않다. 선거에서 다양한 정치세력이 도전할 수 있었고, 시민사회 역시 일정한 공간을 확보해왔다. 정치적 경쟁이 완전히 사라진 적은 없다. 이는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조건인 ‘경쟁과 표현의 자유’가 유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호남 특히 광주의 정치 현실을 보다 엄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정 정치세력이 장기간 지역 권력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정치적 다양성이 현저히 위축되었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지방자치가 518이라는 특정 역사적 상징과 정치적 정당성에 과도하게 의존되어 그 자체가 성역화되고 견제와 감시는 철저히 무력화 되었다.
지방자치는 본질적으로 투명성과 책임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지역 권력이 장기화되고, 외부의 비판과 경쟁이 제한될 경우, 행정의 투명성과 견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감사와 평가가 형식적으로 흐르거나, 정치적 고려에 따라 좌우되는 순간, 지방자치는 ‘자치’가 아니라 ‘독점’으로 변질될 수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숨 쉴 공간’이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다수의 지배가 아니라, 소수의 존재를 인정하고 보호하는 체제다. 다양한 정치적 견해가 공존할 수 있는 환경, 즉 반대 의견도 안전하게 표현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해야 한다. 만약 특정 지역에서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가진 이들이 위축되거나 배제된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518로만 대변되는 광주의 역사는 결코 그렇지 않다. 625 전쟁의 포화속에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킨 순국선열의 피어린 투쟁이 면면히 흐르는 곳이 바로 호남이요, 광주다. 그러나 그 역사적 의미가 특정 정치세력의 득세로 지속적으로 상실될 위기에 처해 있다.
지금 대한민국이 요구하는 변화는 특정 지역의 ‘전환’이 아니라, 모든 지역에서의 ‘자기 성찰’이다. 그러나 특히 오랜 기간 정치적 독점 구조가 유지되어 온 곳일수록, 더 큰 책임과 변화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과거의 상징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민주주의 기준에 맞는 개방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자유민주주의의 본령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양한 의견이 경쟁하고, 권력이 견제되며, 시민이 감시할 수 있는 구조, 이것이 바로 우리가 회복해야 할 국가의 모습이다.
대구가 변해야 한다는 선거철마다 울려 퍼지는 정치적 구호로는 대한민국을 살릴 수 없다. 오히려 자유와 민주주의의 이름 아래 스스로를 성역화한 구조를 깨고, 진정한 의미의 개방과 경쟁을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변화가 광주에서 시작될 때, 대한민국은 비로소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