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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권력의 말로

2026-11-01 08:21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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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믿을 수 없는 독재자의 불안.. 충성과 숙청의 악순환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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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의 가장 비극적인 말로는 무엇일까. 권력을 잃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쌓아 올린 권력의 성벽이 무너지는 것일까.

그보다 더 끔찍한 것은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불안감이다. 가장 가까운 측근도, 오랜 동지도, 심지어 혈육으로 맺어진 가족조차 믿지 못하는 공포다. 그것이 절대권력을 움켜쥔 독재자들이 빠져드는 숙명적인 함정이다.

지금 북한 권력 내부에서 벌어지는 인사 파동과 숙청성 사정 작업은 바로 이러한 독재 권력의 병리적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북한에서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군 총정치국장 등 핵심 요직의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군부 부정부패를 명분으로 시작된 사정 작업은 당과 내각으로 확대됐으며, 권력의 핵심 인물들은 해임과 강등, 복권과 재등용을 반복하고 있다.

김정은의 최측근 조용원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올랐다가 불과 석 달 만에 당 조직지도부장으로 복귀했다. 한때 권력의 중심에서 물러났던 박정천은 다시 군사정책의 핵심으로 등장했고, 김재룡 역시 주요 직책에서 해임된 뒤 제1부부장으로 재등장했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다. 국가 운영의 핵심 직책은 제도와 절차에 따라 채워져야 한다. 그러나 북한에서 인사는 능력이 아니라 충성의 문제이며, 충성은 다시 최고권력자의 의심 앞에서 끊임없이 검증받아야 하는 생존의 문제가 된다.

독재자는 유능한 부하를 필요로 하지만, 그 부하가 지나치게 유능해지면 두려워한다. 충성스러운 측근을 원하면서도 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은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키웠다가 자르고, 내쳤다가 불러들이며, 서로 감시하도록 만든다. 오늘의 충신이 내일의 반역자가 되고, 어제의 역적이 다시 오늘의 충신이 되는 기묘한 권력의 회전문이다.

김정은 체제의 역사도 다르지 않다. 집권 초기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했고, 이복형 김정남은 해외에서 암살당했다. 김정남 암살의 구체적인 지시 체계는 별도로 규명돼야 하지만, 두 사건은 북한 권력의 잔혹성과 불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혈육이라고 안전한 것도 아니고, 오랜 충성이라고 생존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지금 김여정이 권력의 핵심에 있다고 해서 혈연만으로 영원한 신뢰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독재자는 믿을 사람이 없어서 두려운 것이 아니라, 누구도 믿을 수 없도록 스스로 권력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최근 북한의 대대적인 부정부패 사정 작업도 이러한 권력 구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 부패가 존재하더라도 국민의 감시와 독립된 사법기관의 견제가 없는 사회에서 반부패 운동은 언제든 정치적 숙청의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

북한은 지금도 중대장 회의와 당세포 조직 강화, 선전 일꾼 강습 등을 통해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작은 조직마다 감시자를 세우고, 그 감시자를 다시 감시하는 상급자를 배치하며, 모든 충성이 오직 한 사람을 향하도록 만드는 공포의 피라미드다.

그러나 그 피라미드의 정점에 앉은 김정은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아래에서는 위를 두려워하고, 위에서는 아래를 의심한다. 모두가 서로를 감시하는 사회에서 가장 큰 공포에 사로잡히는 사람은 역설적으로 최고권력자일 수밖에 없다.

스탈린의 소련이 그러했다. 독재자가 충성 경쟁과 숙청으로 권력을 강화할수록 주변에는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사라진다. 남는 것은 아첨꾼과 기회주의자, 살아남기 위해 거짓 충성을 맹세하는 사람들뿐이다.

최고권력자가 자신의 안전을 위해 간부들을 감시하고 군대를 통제하며 주민들의 사상을 단속하는 동안, 정작 인민의 자유와 인간다운 삶은 철저히 외면당한다. 국가의 목적이 국민의 행복이 아니라 통치자의 생존이 되어버린 것이다.

김정은이 진정 두려워해야 할 것은 측근의 배신도, 가족 내부의 권력 경쟁도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억압해 온 주민들이 자유의 가치를 깨닫고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겠다고 나서는 순간이다.

측근도 믿지 못하고, 가족도 온전히 믿지 못하며, 결국 자신의 그림자까지 의심해야 하는 권력. 그것이 독재자의 가장 처절한 형벌이자 스스로 만들어 낸 감옥이다.

독재자가 끝내 믿을 수 없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자유다. 그리고 독재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그 자유야말로 북한 주민들을 해방할 희망이다.

<論 說 委 員 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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