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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완장을 찬 노예도 노예다

2026-10-29 08:10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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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대장님들.. 감시의 사슬을 끊고 자유의 주체로 서야 한다.

인터넷 캡쳐
조선인민군 제3차 중대장대회 모습 - 인터넷 캡쳐

북한 김정은이 27일 조선인민군 제3차 중대장대회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격려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독재는 정상의 권력자 한 사람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그 권력을 골목과 일터, 가정과 병영 구석구석까지 전달하는 촘촘한 통제망이 있어야 한다. 북한의 ‘세포 정치’가 지향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주민을 작은 단위로 쪼개고, 그 위에 감시자를 세우며, 감시자 위에 또 다른 감시자를 올려놓는다. 그렇게 최고 권력자의 지배는 주민의 일상 속으로 파고든다.

분주소장 회의, 인민반장 회의, 중대장 회의. 담당하는 영역과 역할은 달라도, 이를 관통하는 통치의 논리는 같다. 각자의 자리에서 주민과 부하를 빈틈없이 장악하라는 것이다. 사실상 저마다 ‘작은 수령’이 되라는 주문이다. 위에서 내려온 명령을 아래에 관철하고, 아래에서 나타나는 불만과 동요를 위로 보고하는 북한식 ‘완장정치’다.

이 구조에서 완장은 봉사의 표지가 아니라 통제의 도구가 된다. 주민의 사정을 살피는 일보다 주민의 생각을 살피는 일이 앞서고, 공동체를 돌보는 책임보다 충성을 입증하는 실적이 중요해진다.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누구와 어울리는지, 어떤 불만을 품고 있는지까지 권력의 관심사가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신뢰가 자라야 할 자리를 의심과 두려움이 차지한다.

그렇게 주민 위에 조금 더 높은 노예가, 그 위에 다시 조금 더 높은 노예가 놓인다. 아래를 향해서는 명령하지만 위를 향해서는 복종해야 하는 구조다. 자신에게 주어진 작은 권한을 휘두르며 남을 억누를 수는 있어도, 자신의 양심과 판단에 따라 살아갈 자유는 없다.

그러므로 완장을 찼다고 자유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배급과 자리, 일시적인 특혜를 더 얻는다고 예속의 본질이 달라지지도 않는다. 권력자의 눈 밖에 나는 순간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사람, 부당한 명령 앞에서도 거부할 권리가 없는 사람은 여전히 지배의 사슬에 묶여 있다. 완장을 찬 노예도 결국 노예다.

여기서 ‘노예’라는 말은 북한 주민의 존엄을 낮추는 표현이 아니다. 인간을 권력의 소유물처럼 다루는 체제를 고발하는 말이다. 북한 주민은 누구나 자기 삶을 선택하고, 생각을 말하며, 가족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그 권리를 빼앗은 채 복종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정치가 문제다.

독재가 두려워하는 것은 주민들이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다. 나를 감시하는 사람 역시 자유롭지 못하고, 나를 억압하는 완장도 더 큰 권력에 매여 있다는 자각이다. 그 자각이 이웃을 향한 적대감을 거두고 서로의 존엄을 알아보는 연대로 이어질 때, 세포처럼 촘촘한 통제망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

이제는 그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주민을 감시와 동원의 대상으로 삼는 질서를 끝내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서야 한다. 북한의 미래를 결정할 주체는 세습권력도, 그 아래 줄지어 선 완장들도 아닌 북한 주민 자신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 내부에서 자유와 인간의 존엄을 되찾기 위해 투쟁하는 이들, 내부의 변화를 위해 헌신하는 혁명조직원들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그들이 지향하는 변화는 또 다른 지배자를 세우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누구도 남의 주인이 될 수 없고, 누구도 권력의 노예로 살아가지 않는 세상을 여는 것이어야 한다.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더 높은 완장이 아니다. 완장 앞에서 고개 숙이지 않아도 되는 자유다.

<論 說 委 員 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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