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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선거관리위원회 고위직에 지급된 ‘공명선거추진활동비’ 의혹을 수사하던 특별검사의 압수수색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수사 대상에 대법관을 비롯한 전·현직 고위 법관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는 단순히 영장 하나가 기각됐기 때문이 아니다. 법을 집행하고 심판하는 사람들이 정작 자신들과 관련된 의혹 앞에서는 법의 문턱을 높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특검에 따르면 중앙선관위는 2014년부터 약 12년간 위원장에게 매달 290만 원, 비상임위원들에게 매달 215만 원의 활동비를 지급해 왔다. 특검은 회의 참석 수당과 안건 검토 수당 외에 지급된 이 돈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해 자료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법원은 사실관계가 기본적으로 파악됐고 법률적 평가에 다툼이 있으며, 압수수색이 선관위의 정상 업무에 상당한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취지로 영장을 기각했다.
보도된 기각 사유만으로는 국민의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지급 사실을 파악했다는 것과 지급 근거, 의사결정 과정, 실제 활동 내역, 관계자들의 책임까지 규명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법률적 평가가 엇갈린다면 그 판단의 토대가 되는 자료를 충분히 확보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특검이 추가로 확보하려던 증거가 무엇이며, 왜 강제수사까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납득할 설명이 있어야 한다.
‘정상 업무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공공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어느 정도 업무 부담을 수반한다. 그렇다면 자료의 범위와 집행 시간, 확보 방식 등을 제한해 지장을 줄일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선거관리라는 중요한 업무를 수행한다는 사실이 그 기관을 둘러싼 의혹의 증거 확보까지 가로막는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영장 기각만으로 사법부의 조직적 수사 방해나 제 식구 감싸기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특검의 주장 역시 법원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수사 대상에 사법부 고위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면 법원에는 더욱 무거운 공정성의 책임이 따른다. 일반 공직자의 금전 지급 의혹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했을 것인지, 법관이라는 신분이 판단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는지 국민 앞에 떳떳해야 한다.
사법부 독립은 국민이 맡긴 권한이다. 동료와 선후배의 책임을 덮어 주는 특권이 아니다. 법정에서는 누구에게나 증거와 책임을 엄격히 요구하면서, 법관 관련 의혹에서는 자료 확보의 필요성을 유독 좁게 인정한다는 인식이 굳어진다면 재판의 권위는 뿌리부터 흔들린다. 자신들에게도 똑같이 엄격하다는 믿음 없이 어떻게 국민에게 판결을 존중하라고 요구할 수 있겠는가.
특검은 감사원 자료와 기존 수사 결과를 토대로 혐의와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주장하며 영장 재청구 방침을 밝혔다. 이제 특검은 필요한 증거와 확보 범위를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법원은 그 필요성을 일관된 기준으로 심사해야 한다. 의혹에 연루된 인사들 또한 자료 보존과 제출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적법한 지급이었다면 그 근거와 활동 내역으로 국민을 설득하면 된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된 돈에 성역이 있을 수 없다. 선관위의 독립성도, 법관의 권위도 회계의 투명성과 법적 책임 위에 서야 한다. 사법부가 제 식구 감싸기라는 의혹을 걷어 내려면 동료의 지위가 아니라 증거와 원칙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 주어야 한다.
법복은 책임을 가리는 장막이 될 수 없다. 사법부가 지켜야 할 것은 법관의 체면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같은 법이 적용된다는 국민의 믿음이다.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