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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일본의 대북 제재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에 대한 조치를 비난하면서 또다시 식민지배의 역사를 동원했다.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엄격히 배격해야 하지만, 이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총련의 정치적 책임까지 덮는 논리로 확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제공된 조선신보 보도에 따르면 조선중앙통신은 13일 논평에서 일본을 ‘천년숙적’으로 규정하고, 총련 관계자 재입국 제한과 조직·학교 수색, 조선학교 보조금 재검토 등을 ‘파렴치한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논평은 각 조치의 배경과 법적 근거를 설명하지 않은 채 국가의 제재·수사와 민간 극우세력의 폭력을 하나의 ‘탄압’으로 묶었다.
핵실험 뒤 제재 강화.. 원인 빼고 결과만 비난
북한이 특히 문제 삼은 2016년 재입국 제한 확대에는 분명한 안보적 배경이 있었다. 일본 외무성은 당시 북한의 4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독자 제재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재입국 제한 대상에는 일본 거주 북한 당국 관계자와 그 활동을 보좌하는 인사, 핵·미사일 기술 전문가 등이 포함됐다. 그해 12월 추가 조치 역시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제시했다.
이러한 설명만으로 모든 제재의 적절성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개별 조치가 과도했는지, 당사자의 권리를 침해했는지는 따져볼 수 있다. 그러나 제재를 초래한 북한의 행동을 통째로 삭제하고 일본의 적대감만을 원인으로 내세우는 논평은 사실관계를 일방적으로 구성한 선전이다.
북한은 자국의 핵무장 강화를 ‘자위적 핵억제력 강화’로 표현하면서, 주변국이 이를 위협으로 인식하고 대응하는 이유는 외면했다. 자신의 군사적 행동에는 주권을 내세우고 상대국의 대응에는 범죄라는 낙인을 찍는 방식으로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동포의 권리 보호가 총련의 정치적 면책은 아니다
논평은 총련을 재일동포의 민주적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으로만 묘사했다. 그러나 총련의 활동을 평가하려면 동포사회 지원뿐 아니라 북한 정권과의 정치적 관계도 함께 살펴야 한다.
일본 공안조사청이 조선신보 보도를 바탕으로 정리한 자료에는 2022년 김정은이 총련에 보낸 서한이 동포 권익과 민족교육 외에도 북한에 대한 기여, 김일성·김정일 관련 사상교육, 조직 강화 등을 과제로 제시한 것으로 나타난다. 일본 당국의 평가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총련을 일반적인 동포 권익단체로만 설명하는 북한의 논평에는 중요한 맥락이 빠져 있다.
재일동포의 민족적 정체성과 문화·교육 활동은 존중받아야 한다. 동시에 특정 조직의 대북 활동이나 자금 흐름, 법 위반 혐의는 구체적인 증거와 적법절차에 따라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동포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명분이 조직의 모든 활동을 감시와 수사의 예외로 만드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학생 보호는 당연.. 확인 없는 ‘탄압’ 주장도 경계해야
북한이 주장한 학생 통학 방해와 교정 침입, 기물 파손이 사실이라면 명백히 비판받아야 한다. 북한 정권에 대한 반감이 재일동포와 학생들에게 향해서는 안 된다.
다만 이번 논평은 관련 사건의 일시와 장소, 수사 결과 등 사실관계를 확인할 정보를 충분히 제시하지 않았다. 경찰의 수색과 체포 역시 영장과 혐의, 집행 과정 등을 확인하지 않고 곧바로 불법 폭력으로 단정할 수 없다. 조선학교 보조금 문제 또한 학생의 교육권, 지원 기준, 집행의 공정성을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
일본의 식민지배 책임을 묻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역사가 오늘날 북한 정권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총련에 무조건적인 면책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재일동포의 안전과 존엄을 진정으로 우선한다면, 북한은 이들을 대일 적대 선전의 방패로 삼는 태도부터 거둬야 한다. 과거의 피해를 반복해서 호명하는 것만으로 현재의 핵 위협과 정치적 책임까지 지울 수는 없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