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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무원 국정원과 전사 국정원

2026-10-10 08:18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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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기관 망친 당사자들은 지금 대한민국 망치는 중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국가정보원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보고서를 만들고 결재를 받고 조직을 관리하기 위해서인가. 자유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적의 의도를 먼저 읽고, 국민이 위험을 알아차리기 전에 그 위험을 막아내기 위해서인가. 답은 명백하다. 그런데 오늘의 국정원은 그 명백한 사명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부터 국민 앞에 답해야 할 처지가 됐다.

정보기관 직원도 공무원이다. 그러나 국가의 생존을 책임지는 정보기관이 일반 행정부처의 업무 관행과 보신주의에 안주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적은 결재가 끝나기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공작은 업무시간에 맞춰 진행되지 않으며, 국가안보의 실패는 뒤늦은 해명자료로 복구되지 않는다. 국정원에 필요한 것은 자리를 지키는 관료의 습성이 아니라 나라를 지키는 전사의 책임감이다.

최근 국정원 직원 일부의 미국 파견을 위한 비자 발급이 지연되면서 한미 정보협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국정원은 강화된 미국 입국 절차에 따른 문제이며 정보협력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비자 지연만으로 동맹의 균열이 확인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이 묻는 것은 비자 처리의 행정적 경위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정보기관이 동맹으로부터 충분한 신뢰를 받고 있는가, 그 신뢰를 유지하고 강화할 지도력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정보협력의 생명은 신뢰다. 상대가 제공한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할 것이라는 믿음, 공동의 위협을 정확하게 인식한다는 확신, 정치적 필요에 따라 정보를 왜곡하지 않는다는 신뢰가 있어야 협력이 깊어진다. 한미일 협력도 마찬가지다. 회의를 열고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정보의 문이 열리지는 않는다. 함께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 CIA가 보여주는 적극적인 정보활동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국가적 목표를 실행할 역량과 책임이다. 동시에 CIA는 올해 정치적 고려에서 독립적이지 못했던 정보분석물의 철회나 수정을 발표했다. 싸우는 정보기관에도 객관성과 전문성이 필수라는 뜻이다. 전사의 기개는 사실을 외면하는 충성 경쟁과 양립할 수 없다.

일본 역시 국가정보국을 출범시키고 정보체계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변국들이 정보역량을 국가 생존의 핵심 수단으로 끌어올리는 동안, 대한민국 국정원이 행정적 해명과 조직 관리에 만족한다면 그 격차는 국민의 위험으로 돌아온다.

대한민국은 분단국가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대남 공작과 사이버 위협을 일상적으로 마주한다. 우리가 놓친 정보 하나가 국민의 생명과 군 장병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이런 나라의 정보기관이 적의 움직임보다 정권의 표정을 더 민감하게 살핀다면, 이미 사명의 중심을 잃은 것이다.

국정원 직원들은 스스로 돌아보라. 무엇을 선서하고 그 자리에 섰는가. 누구의 눈치를 살피기 위해 국가의 비밀을 맡았는가. 자신과 상관의 안락한 내일을 위해서였는가, 자유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였는가. 국가가 특별한 권한과 엄중한 비밀을 맡긴 이유는 그만큼 무거운 책임을 감당하라는 데 있다.

그 책임의 정점에는 국정원장이 있다. 수장은 조직의 안보관과 행동 기준을 세우고 동맹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한미일 정보협력에 장애가 생겼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면, 말로 부인하는 데서 끝낼 일이 아니다. 협력의 실질과 조직의 성과로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자신의 인식과 처신이 협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 바로잡아야 하며, 바로잡을 능력이 없다면 자리를 내려놓아야 한다.

전사 국정원을 요구한다는 것은 법 밖의 권한을 주자는 뜻이 아니다. 헌법과 법률에 충실하면서도 적의 위협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전문성과 결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정권에는 사실을 보고하고, 동맹에는 신뢰를 주며, 적에게는 대한민국을 쉽게 흔들 수 없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기관이어야 한다.

국정원은 선택해야 한다. 자리를 보전하는 공무원 조직으로 남을 것인가,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전사 조직으로 일어설 것인가. 그 선택에 답할 첫 번째 사람은 국정원장이다. 나라를 지킬 수장이라면 사명을 증명하라. 그 사명을 감당할 수 없다면 물러나라.

<論 說 委 員 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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