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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남미의 우향우

2026-09-09 07:46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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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파 천국의 환상이 무너졌다.. 남미가 깨달은 실패의 법칙
- 여전히 멍청한 한국·미국·유럽은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카르텔 총격으로 숨진 피해자 유족들이 멕시코시티에서 항의시위에 참가중인 모습
카르텔 총격으로 숨진 피해자 유족들이 멕시코시티에서 항의시위에 참가중인 모습

한때 중남미는 세계 좌파의 거대한 실험장이었다. 혁명과 반미, 계급투쟁이 정치의 언어가 됐고, 일부 급진적 해방신학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복음적 사명을 넘어 마르크스주의적 계급투쟁과 정치혁명의 언어를 받아들였다. 교황청이 오래전부터 바로 그 위험을 경고했던 이유다.

그런 중남미가 지금 ‘우향우’하고 있다.

칠레·페루·콜롬비아·에콰도르를 비롯해 우파 또는 보수 정권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단순한 정치 유행이 아니다. 범죄와 경제 침체, 부패와 무능에 지친 국민의 반란에 가깝다. 실제 최근 중남미 선거에서는 치안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고, 경제적 정체와 부패에 실망한 젊은 층의 이탈도 나타나고 있다.

남미 국민들이 뒤늦게 깨달은 첫 번째 교훈은 이것이다.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가장 위험한 순간은 범죄자가 많아졌을 때가 아니라 공권력이 썩어 범죄와 결탁하기 시작했을 때다.

마약 카르텔과 조직범죄가 무서운 까닭은 총과 돈만 있어서가 아니다. 경찰·검찰·정치인·관료를 매수하고 국가기관 안으로 침투하기 때문이다. 세계은행도 중남미 조직범죄의 핵심 문제 가운데 하나로 뇌물과 강압을 통한 ‘국가 포획(state capture)’을 지적한다. 국제투명성기구 역시 경찰과 공직자가 범죄조직과 협력하거나 뇌물을 받고 범죄를 묵인하는 현상이 지역의 폭력과 불안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어느 나라에서든 범죄조직이 가장 먼저 노리는 공권력이다. 범죄자를 체포하고 정보를 쥔 최일선 기관이기 때문이다. 경찰이 무너지면 수사는 새고, 범죄자는 도망가며, 결국 국민은 국가를 믿지 못하게 된다. 실제 조직범죄 연구에서도 경찰과 수사기관은 범죄세력이 매수·협박하려는 핵심 표적으로 꼽힌다.

공권력의 부패는 범죄의 결과가 아니라 범죄가 번성하는 토양이다.

두 번째 교훈은 경제다.

좌파는 복지를 말한다. 그러나 성장을 무시한 복지는 결국 서민에게 청구서가 돌아오는 복지다.

기업이 떠나고 투자가 줄고 생산성이 떨어지는데 정부가 세금과 빚으로 분배만 늘려간다면 처음에는 공짜처럼 보여도 끝은 정해져 있다. 재정 부담, 물가, 일자리 부족, 실질소득 감소가 가장 먼저 서민을 덮친다. 지금의 대한민국 경기도를 보라.

복지는 필요하다. 그러나 성장이 복지를 먹여 살리지, 복지가 성장을 대신할 수는 없다. 중남미 국민들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서야 이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한민국과 미국, 유럽의 일부 좌파 정치세력은 남미가 빠져나오려 몸부림치는 바로 그 길을 거꾸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더 나눠주자고 한다. 범죄가 늘어나면 범죄자의 사정부터 말한다. 공권력이 흔들리면 법 집행을 약화시키고도 그것을 ‘인권’과 ‘개혁’이라고 포장한다. 국경·치안·법질서를 강조하면 극우라고 몰아붙이고, 기업과 시장의 활력을 말하면 탐욕으로 공격한다.

무너진 치안과 물가 상승, 세금 부담, 일자리 감소를 온몸으로 감당하는 사람은 서민과 청년이다. 그것이 성장 없는 복지 포퓰리즘의 잔혹한 역설이다.

중남미의 우향우는 그래서 단순한 좌우 정권교체가 아니다. 국가가 범죄자를 두려워하기 시작하면 국민이 범죄자를 두려워해야 하고, 국가가 성장을 포기하면 국민이 가난을 떠안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유권자의 반격이다.

중남미 국민들은 이제야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방향을 돌리고 있다. 남미가 빠져나오는 실패의 올가미를 대한민국과 미국, 유럽은 왜 스스로 목에 걸려 하는가.

역사는 먼저 깨달은 국민에게 기회를 주지만, 끝까지 현실을 외면한 정치세력에게는 반드시 심판을 내린다. 지금 중남미에서 울리는 ‘우향우’의 구령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論 說 委 員 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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