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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전국의 당학교 교원과 간부들을 평양에 불러 모아 대대적인 ‘당간부 양성’ 강습회를 열었다. 그러나 북한 매체가 공개한 강습 내용을 들여다보면 현대 국가의 행정가나 정책 전문가를 길러내는 교육이라기보다 김정은을 정점으로 하는 유일 지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충성 교육의 성격이 더욱 선명하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신보에 따르면 지난 19~2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당간부양성부문교원강습회’에는 조선노동당 중앙간부학교를 비롯한 각급 당학교 교원과 연구사, 중앙과 지방 당위원회 관계자들이 참가했다.
북한은 이번 행사의 목적을 ‘간부진영 강화’와 ‘교육수준 향상’이라고 선전했다. 하지만 실제 강습의 핵심 내용은 전문 행정능력이나 정책적 판단력보다는 김정은의 사상과 지시를 절대적 기준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 집중됐다.
강습에서는 각급 당학교가 이른바 ‘김일성-김정일주의학원’, ‘김정은동지의 정치학원’으로서의 성격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됐다. 특히 학생들을 “당중앙의 노선과 정책을 절대의 진리로 믿고 무조건 옹호관철할 줄 아는 일군들”로 키워야 한다는 주문까지 나왔다.
교육기관에서 가르쳐야 할 것이 비판적 사고와 전문성이라면 북한 당학교가 요구하는 것은 그 정반대다. 지도자의 정책을 검증하거나 현실에 맞게 수정할 능력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결론을 ‘절대의 진리’로 받아들이고 이를 집행하는 능력이 최고의 자질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교육과정을 단순한 이론이나 지식 전달이 아니라 “당중앙의 뜻을 신념으로 새겨주는 정신무장과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표현은 북한이 당간부 교육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교육이 아니라 사실상 사상통제에 가깝다.
북한은 동시에 당간부가 “인민을 자기 부모처자처럼 귀중히 여기고 인민에게 복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간부가 인민의 요구와 현실보다 먼저 충성해야 할 대상으로 설정된 것은 주민이 아니라 ‘당중앙’이다.
주민들의 생활고와 경제난, 지역 간 격차를 냉정하게 진단하고 정책 실패에 책임을 묻는 간부가 아니라 최고지도자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간부를 양성하면서 ‘인민의 충복’을 강조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진정한 인민의 봉사자라면 지도자의 지시가 주민의 삶을 어렵게 만들 경우 이를 지적하고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 체제에서 그러한 행동은 ‘정책 비판’이나 ‘충성심 부족’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북한이 말하는 ‘인민을 위한 간부’란 인민에게 책임지는 공직자가 아니라 지도자의 뜻을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관철시키는 당의 집행자에 더 가깝다.
이번 강습회에서는 당학교를 “당의 위업 계승에 불변의 혁명적 유전자를 보전해주는 강유력한 근거지”로 표현하기도 했다. ‘혁명적 유전자’라는 표현 자체가 당간부 교육의 목적이 국가 행정의 현대화보다는 정권의 이념과 권력구조를 다음 세대로 재생산하는 데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김일성에서 김정일, 다시 김정은으로 이어진 3대 세습체제를 ‘혁명의 계승’으로 정당화하고, 당학교를 그 체제를 유지할 후계 간부들을 생산하는 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이번 행사에서 정치·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과 새로운 교수법도 강조했다. 하지만 모든 전문지식과 교육방법 역시 ‘당정책 관철’이라는 하나의 목적 아래 종속돼 있다면 진정한 의미의 전문성은 성장하기 어렵다.
정책 실패의 원인을 자유롭게 분석할 수 없고 지도자의 판단 자체를 검토할 수 없는 사회에서는 아무리 많은 전문가를 양성하더라도 잘못된 정책을 교정하기 어렵다. 북한이 반복되는 경제적 실패와 주민생활 악화에도 비슷한 구호와 동원 방식을 되풀이하는 배경 가운데 하나도 바로 이러한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에 있다.
강습회 마지막에는 참석자들이 김정은에게 보내는 ‘맹세문’까지 채택했다.
대학이나 행정교육기관의 교육성과를 토론하는 자리의 결론이 주민을 위한 정책 혁신이나 행정개혁이 아니라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 맹세라는 사실은 북한 당간부 양성 체제의 본질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북한 매체는 이번 강습회를 “주체 위업의 계승성과 불패성을 담보하는 의의 깊은 계기”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에 지금 필요한 것은 ‘불패’를 외치는 간부가 아니라 실패를 실패라고 말할 수 있는 간부다. 지도자의 지시를 무조건 받아 적는 사람이 아니라 주민들의 굶주림과 생활고를 있는 그대로 보고할 수 있는 공직자다.
정권에 대한 충성을 ‘절대의 진리’로 가르치는 교육이 계속되는 한 북한의 당학교에서 아무리 많은 ‘쟁쟁한 간부’를 배출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주민에게 책임지는 행정가가 아니라 세습권력을 떠받치는 또 하나의 충성 집단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진정으로 ‘인민을 위한 간부’를 원한다면 가장 먼저 가르쳐야 할 것은 지도자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이 아니라 주민 앞에서 권력이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일 것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