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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초등학교 어린이회칙도 이런 식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2026-07-30 07:25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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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국회가 ‘불량 입법 생산 공장’으로 전락해..

법사위에서 퇴장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 모습
법사위에서 퇴장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 모습

지금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자유와 기본권, 청년 세대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법안들이 무허가 공장의 불량제품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법안이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충분히 검토하고, 반대 의견과 전문가의 경고를 경청하며, 예상되는 부작용을 치밀하게 따져야 할 국회가 거대 여당의 폭주앞에 속수무책의 모양새다.

특히 국민의 인권과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다루는 형사소송법 개정과 함께, 신속처리안건 이른바 ‘패스트트랙’의 심사기간을 대폭 단축하려는 국회법 개정안까지 밀어붙이는 모습은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 형사절차는 국가가 개인의 신체와 자유를 제한하는 과정에 관한 규범이다. 수사와 기소, 재판의 원칙을 바꾸는 법률은 정략적 필요에 따라 즉흥적으로 만들거나 고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패스트트랙은 이름 그대로 안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결코 다수당이 원하는 법률을 심사 없이 통과시키라고 만든 고속도로가 아니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제한하는 대신 재적 의원 또는 해당 상임위원회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요구하고, 일정한 심사기간을 두어 다수결의 원칙과 소수 의견의 보호를 조화시키려는 국회선진화법의 절충 장치였다. 현행법이 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본회의 부의 후 60일이라는 기간을 둔 것도 그동안 여야가 협상하고 대안을 마련할 최소한의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지금의 국회는 심의보다 처리를, 토론보다 표결을, 숙고보다 속도를 앞세우고 있다. 법안이 발의되기가 무섭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거쳐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고, 곧바로 본회의 표결까지 밀어붙이는 모습은 정상적인 입법부의 작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입법의 각 단계는 법안을 빨리 운반하기 위한 통과 지점이 아니라 오류와 위헌 소지, 국민 피해를 걸러내기 위한 안전장치다.

초등학교 어린이회의 회칙을 고칠 때도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왜 바꾸어야 하는지 설명하며, 새 규정이 불공정한 결과를 낳지는 않을지 검토한다. 하물며 국가의 형사사법 체계와 국회의 의사결정 구조, 국민의 기본권을 바꾸는 법률을 이처럼 졸속으로 처리해서야 되겠는가. 어린이회칙보다도 못한 절차로 국가의 법률을 만드는 국회라면 국민이 어떻게 그 법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국회는 법률을 많이 만드는 곳이 아니라 좋은 법률을 만드는 곳이어야 한다. 법안의 숫자와 처리 속도가 국회의 성과가 될 수는 없다. 충분한 검토 없이 만들어진 법률은 수사와 재판 현장의 혼란을 부르고, 국가기관 간의 충돌을 일으키며, 위헌 논란과 헌법재판, 사회적 갈등이라는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온다. 법률 한 줄을 성급하게 고친 대가는 국민이 수년간의 혼란과 소송으로 치르게 된다.

국회는 즉시 졸속 입법의 속도전을 멈춰야 한다. 형사사법 체계와 국민의 기본권, 국회의 의사절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안에는 충분한 숙려기간을 보장해야 한다. 공청회와 전문가 검토, 여야 간 실질적인 토론을 의무화하고 법안의 비용과 사회적 파장, 위헌 가능성과 제도적 부작용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패스트트랙 제도를 손질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그 논의부터 패스트트랙에 태우지 말아야 한다. 여야와 학계, 법조계, 시민사회의 의견을 폭넓게 듣고 기존 제도의 운영 성과와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다수당이 자신에게 유리한 입법절차를 스스로 만들고 곧바로 적용하려 한다면 그것은 경기 도중 심판의 규칙을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 국회가 불량제품을 찍어내는 입법 공장으로 전락한다면 그 피해는 한 세대에 그치지 않는다. 잘못 만든 법률은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국가기관을 혼란에 빠뜨리며, 기업과 서민의 삶을 불안하게 만들고 청년들의 미래에까지 무거운 짐을 남긴다. 법률은 한번 시행되면 그 피해를 되돌리기가 어렵기에 만드는 과정부터 신중하고 엄격해야 한다.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이기 이전에 법치주의를 지키는 곳이다. 속도와 숫자에 취해 국민의 권리와 야당의 견제권을 짓밟는 입법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다수의 횡포다. 거대여당은 지금이라도 불량품 양산 컨베이어벨트를 멈추고 자신들이 통과시키려는 법안과 절차의 무게부터 직시해야 한다.

<論 說 委 員 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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