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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가 함경남도 락원군 락원포를 ‘현대적인 산업지구’이자 ‘인민의 이상향’으로 선전하고 나섰다. 그러나 화려한 건설 구호와 달리 주민들의 실제 생활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보여주는 구체적인 자료는 찾아보기 어렵다.
신보는 28일 락원군에 지방공업공장과 온실농장, 보건시설, 종합봉사소 등이 건설되고 있다며 락원포가 새로운 산업지구로 변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바다가양식사업소와 어촌문화지구가 들어섰고, 추가 건설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과 주민 건강 증진, 물질문화생활 향상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기사에는 각 시설의 정확한 생산능력과 가동률, 전력·연료 공급 상황, 원자재 조달 방법, 주민 고용 규모 등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공장이 몇 동 건설됐다는 사실만으로 지역경제가 발전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전력과 원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생산품을 유통할 시장과 교통망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현대적인 외관의 공장도 결국 가동을 멈춘 전시용 시설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온실농장 역시 마찬가지다. 온실을 세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난방과 전력, 비료와 농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이다. 북한 당국은 과거에도 대규모 온실농장과 지방공업공장 건설을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실제 생산량과 주민 배급 개선 효과를 객관적으로 공개한 적은 드물다.
이번 락원포 사업도 준공식과 현지지도 장면만 부각할 것이 아니라 시설이 실제로 얼마나 가동되고 주민들에게 어떤 혜택을 제공하는지를 밝혀야 한다.
보건시설과 종합봉사소 건설을 ‘주민 건강증진’과 ‘물질문화생활 향상’으로 연결하는 대목도 검증이 필요하다. 병원 건물의 외관이 새로워졌다고 해서 의약품과 의료기기, 전문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봉사시설 또한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상품과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일부 간부와 특권층을 위한 공간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조선신보는 모든 변화를 노동당의 시혜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어떤 요구를 제기했는지, 건설 과정에서 주민들의 노동과 자원이 얼마나 동원됐는지, 사업 우선순위에 주민의 의사가 반영됐는지는 언급하지 않는다. 주민을 정책의 주체가 아니라 당의 ‘은덕’을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대상으로 취급하는 전형적인 체제선전 방식이다.
진정한 지방발전은 지도자의 치적을 과시하는 건축물 경쟁이 아니다. 주민에게 안정적인 식량과 전력, 의료와 교육, 자유로운 경제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 성과를 객관적인 수치로 공개하는 것이 먼저다.
북한 당국이 락원포를 정말 ‘인민의 이상향’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하려면 ‘천지개벽’이라는 정치적 수사 대신 공장 가동률과 생산량, 주민 소득, 영양·보건지표부터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건설 현장의 웅장한 모습만 반복해 보여주는 선전으로는 주민의 빈 식탁과 열악한 생활을 가릴 수 없다. 락원포가 진정한 산업지구로 성장하는지는 준공식장의 박수 소리가 아니라 주민들의 삶이 실제로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통해 평가받아야 한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