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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매체가 개성의 이른바 ‘삼댐모래찜’을 인삼에 버금가는 지역 명물로 소개하며 민간요법 선전에 나섰다. 역사와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정작 해당 요법의 의학적 효과나 안전성에 대한 객관적인 설명은 찾아보기 어렵다.
북한 매체는 26일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이 인삼으로 유명하다면서 “개성지방에는 인삼 다음으로 유명한 삼댐모래찜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황해도 배천에 살던 양반 부부가 마흔이 넘도록 자식을 얻지 못해 개성의 이름난 의원을 찾아갔다는 옛이야기를 소개했다.
문제는 설화와 전통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민간에서 전해 내려온 이야기를 마치 치료 효과가 입증된 의료행위처럼 받아들이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불임과 만성질환은 정확한 진단과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의학적 문제다.
그러나 북한 매체는 원인과 치료 과정, 효과를 입증할 자료는 제시하지 않은 채 ‘용한 의원’과 모래찜이라는 이야기 구조를 통해 신비한 효능을 강조한다.
전통요법 자체를 무조건 부정할 이유는 없다. 온열요법이나 휴양요법이 일부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의료적 효능을 주장하려면 적응증과 금기사항, 부작용, 치료 기준이 과학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뜨거운 모래에 몸을 묻는 행위는 탈수나 화상, 심혈관계 부담 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용자의 건강 상태에 따른 주의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북한 매체의 설명은 전설과 감성적 서술에 치우쳐 있을 뿐, 안전성에 대한 경고나 검증 절차는 외면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이 같은 민간요법을 반복적으로 부각하는 배경도 따져봐야 한다. 주민 누구나 현대적인 검사와 치료를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을 갖추기보다, 지방의 자연조건과 전통요법을 ‘인민적 치료수단’으로 포장하는 것이 훨씬 손쉽기 때문이다.
의료기술과 의약품, 전문인력을 확충해야 할 국가의 책임을 민간요법과 주민의 자력갱생으로 떠넘기려는 의도가 읽힌다.
특히 아이를 갖지 못한 부부의 절박한 사정을 소재로 삼아 특정 요법의 효능을 암시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난임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에게 근거가 불분명한 치료법에 대한 기대를 심어줄 경우, 적절한 진단과 치료 시기를 놓치게 할 수도 있다.
환자의 절박함을 이용한 치료 선전은 민족전통의 계승이 아니라 국가 의료체계의 한계를 감추는 수단이 될 뿐이다.
개성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지역의 전통을 소개하는 일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옛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옛이야기로 다뤄야 한다. 전설을 의학으로 둔갑시키고 민간요법을 국가의 의료성과처럼 선전해서는 안 된다.
북한 당국이 진정 주민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인삼 다음으로 유명한 모래찜’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비용과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정확한 검사와 안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부터 마련해야 한다.
과학적 검증 없는 신비화는 의료가 아니며, 주민의 생명과 건강을 선전의 소재로 소비하는 행태에 불과하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