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존 래트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
존 래트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중국 공산당의 기술 발전 방식에 대해 “서방의 기술을 훔치고 복제한 뒤 국가 보조금으로 확대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이 우위를 잃을 경우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래트클리프 국장은 지난 15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칼라일의 육군대학원에서 열린 ‘2026 펜실베이니아 국방·혁신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행사 공식 일정에 따르면 그는 이날 ‘CIA 국장 존 래트클리프와의 대화’에 연사로 나서 정보기관의 기술 활용과 미중 전략경쟁에 관한 견해를 설명했다.
래트클리프 국장은 중국과 러시아가 모두 미국의 경쟁국이지만, 두 나라가 제기하는 기술적 위협의 성격과 규모는 다르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의 경제 규모에는 한계가 있어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 경쟁하기 어렵지만,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은 인공지능과 통신, 우주, 반도체, 군사기술 등 거의 모든 첨단 분야에서 미국에 도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의 기술 성장 방식에 대해 “그들은 기술을 훔치고 복제하며, 국가는 이를 보조한다”며 “그것이 그들의 성공 모델이며, 그들은 그것을 매우 잘한다”고 말했다.
래트클리프 국장의 발언은 중국의 기술 발전 전체가 독자적인 혁신이 아니라는 뜻이라기보다,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기관들이 산업스파이 활동과 지식재산권 침해, 강제 기술이전, 막대한 국가 지원을 통해 서방 기업의 성과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는 미국 정보당국의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특히 5세대 이동통신인 5G를 사례로 들며 중국 기업이 세계 통신 기반시설을 선점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안보 위험을 강조했다. 중국 통신장비가 각국의 핵심 네트워크에 광범위하게 설치될 경우 정보 유출과 감시, 통신망 교란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래트클리프 국장은 “중국이 우리보다 기술적 우위를 차지한다면 그것은 진짜 문제가 될 것”이라며 “그런 일이 발생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이 첨단 AI 모델과 반도체, 데이터 처리 기술에서 앞서 있는 동안 그 우위를 최대한 활용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첨단기술이 정보·군사작전의 성패 좌우”
래트클리프 국장은 최근 미국이 수행한 주요 정보·군사작전을 언급하며 첨단기술이 현대전의 성패를 좌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CIA가 ‘미드나잇 해머 작전’, ‘앱솔루트 리졸브 작전’, ‘에픽 퓨리 작전’ 등에 핵심적인 정보와 기술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CIA 공식 자료도 래트클리프 국장 재임 기간 CIA가 이들 작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2025년 6월 실시된 미드나잇 해머 작전은 이란의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 핵시설을 겨냥한 대규모 정밀타격이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B-2 스텔스 폭격기 7대를 비롯해 125대가 넘는 항공기와 유도미사일 잠수함, 정보·감시·정찰 전력이 동원됐다. 미군은 작전 과정에서 기만전술과 정밀항법, 공중급유, 사이버·우주자산을 통합 운용했다.
래트클리프 국장은 이러한 작전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적대국보다 앞선 감시·정찰·분석기술을 실제 작전에 투입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2026년 이란 상공에서 격추된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의 승무원을 구출하는 과정에서도 CIA의 첨단 탐지기술과 기만작전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듀드 44 브라보’라는 호출부호를 사용한 무장체계장교는 부상을 입은 상태로 산악지대에서 약 48시간 동안 추적을 피한 뒤 구조됐다.
래트클리프 국장은 “이 모든 작전은 우리가 상대보다 진보된 기술을 배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기술 우위를 CIA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개인의 창의성 억압하는 공산당 체제 비판
래트클리프 국장은 미국과 중국의 경쟁을 단순한 기술력의 차이가 아니라 정치·경제체제의 경쟁으로 규정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개인과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 그에 따른 보상과 투자, 명예를 얻을 수 있지만, 중국 공산당 체제에서는 개인과 기업이 당의 지시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혁신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없다면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혁신하게 하겠는가”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중국이 자율적인 창의성과 시장경쟁보다 외국 기술의 취득과 복제, 국가 주도의 대규모 자금 투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래트클리프 국장은 미국이 가진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자유로운 사고와 개인의 창의성, 능력에 따른 보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고려 때문에 경쟁국의 산업스파이 활동이나 기술 탈취 문제를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지난 250년간 성공이 개인의 노력과 결단,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 자유로운 체제 위에 세워졌다며, 첨단기술 경쟁에서도 이러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래트클리프 국장의 이번 발언은 미중 경쟁의 핵심 전선이 군사력과 무역을 넘어 AI, 반도체, 통신망, 우주기술과 정보수집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첨단 민간기술이 곧바로 군사·정보 역량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기술유출 방지와 연구개발 투자, 공급망 보호가 미국과 동맹국의 주요 안보 과제로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