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이번 달 내셔널 몰을 가득 채운 ‘Great American State Fair’가 사실은 전혀 위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여러분에게 알려주고 싶어 한다. 잘난 체하는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은 이 행사를 “그저 그런 수준”이며 “쓸쓸하다”고 평가했다. 『워싱토니언』지는 “예상보다 더 황량했다”고 했고, 『USA 투데이』는 신이 나서 이 행사가 “화려한 실패작”이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 박람회는 애초부터 엘리트주의적 비평가들을 위한 행사가 아니었다. 그 대상은 처음부터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수도 워싱턴을 찾아온 가족들이었다. 부모의 어깨 위에 올라앉아 성조기를 흔드는 아이들과, 별과 줄무늬로 요란하게 치장한 대학 사교클럽 남학생들을 위한 행사였다. 그 분위기는 조금도 사과하거나 주저하지 않는 애국적 분위기였으며, 명백히 미국적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모인 사람들 역시 그러했다. 물론 그것이야말로 ‘Great American State Fair’가 저지른 진정한 죄였다.
박람회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사방은 활기찬 움직임으로 들끓었다. 이처럼 거대한 행사를 성사시키는 데 필요했던 조율과 조직, 건설 작업의 규모는 놀라울 정도였다. 수많은 연방기관의 시설과 함께 미국의 모든 주와 자치령을 위한 냉방 시설이 갖춰진 부스를 세워야 했다. 푸드홀과 공식 기념품 판매점이 있었고, 행사 후원사들이 무료 증정품을 나누어주고 사진 촬영 기회를 제공하는 전시관들도 마련됐다.
카트들은 행사장 곳곳을 빠르게 오가며 워싱턴 D.C.의 기록적인 폭염을 견디는 관람객들에게 무료 생수 상자를 실어 날랐다. 세 곳의 서로 다른 무대에서는 하루 종일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이 참여하는 토론회와 아르테미스 2호 우주비행사들과의 인터뷰에서부터 미군 군악대와 래퍼 플로 라이다의 공연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이 박람회는 미국 자체만큼이나 거대하고 떠들썩한 생일잔치를 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실현하는 임무를 맡은 백악관 산하 조직 ‘태스크포스 250’의 작품이었다. 내셔널 몰은 너무나 완벽하게 변신해 있어 자기가 어디에 와 있는지 거의 잊을 정도였다. 그러다 대관람차의 흔들리는 곤돌라 뒤편, 솜사탕 판매대 너머로, 스피커에서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레너드 스키너드의 〈Free Bird〉 소음을 뚫고 국회의사당 돔이 언뜻 눈에 들어오면, 그제야 이 광경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체험인지를 깨닫게 됐다.
박람회가 열리는 동안 매일 밤 진행된 로데오 경기는 더욱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경기장이 정식 규모의 로데오 행사를 치르기에는 너무 작았지만, 주최 측은 미국 카우보이의 역사와 이 스포츠의 기원을 훌륭하게 조명했다. 곡예 승마 선수들과 올가미 묘기꾼들, 황소 타기 선수들은 서부를 개척하고 미국을 건설한 모험정신과 강인함을 보여주었다. 하원과 상원 회의장이 드리운 그림자 아래에서 야생마가 기수를 내동댕이치는 광경을 바라보는 것은 마치 지나간 시대로 들어가는 듯한 경험이었다.
내셔널 몰 중앙에서는 관람객들이 플로리다주가 무료로 나누어주던 봉제 매너티 인형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단연코 박람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였다. 전쟁부 부스에도 많은 사람이 몰렸다. 제복을 입은 군인들이 보물찾기 안내문을 나누어주었고, 아이들은 얼굴에 위장무늬를 그려 넣었다. 반대편 끝에 자리한 애리조나주 부스에서는 방문객들이 아메리카 원주민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듣고, 음향과 조명 효과를 활용해 애리조나주의 여러 자연경관을 재현한 공간들을 걸어볼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전시관이 이처럼 정교하게 꾸며진 것은 아니었다. 민주당 소속의 여러 주지사가 트럼프에 맞서 정치적 점수를 얻기 위해 박람회를 보이콧하는 바람에 부스들은 텅 비었고, 해당 주에서 온 주민들은 실망해야 했다. 그러나 건국의 아버지들이 자랑스럽게 여겼을 법한 반항적 기질을 가진 다른 사람들이 나서서 힘을 모았다.
펜실베이니아주가 그 한 사례였다. 조시 셔피로 주지사가 불참을 결정하자 민주당 소속 존 페터먼 상원의원과 공화당 소속 데이브 매코믹 상원의원이 힘을 합쳐 펜실베이니아주가 반드시 박람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두 사람은 지역의 골동품 성조기 수집상 제프 브리지먼을 비롯한 주 전역의 기업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원을 요청했다. 그 결과 50개가 넘는 단체가 각자의 비용을 부담하며 힘을 모았다.
브리지먼은 액자에 넣은 성조기 수집품을 보냈는데, 그중 다수는 ‘Keystone State’라는 별칭을 지닌 펜실베이니아주와 관련된 것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주말은 물론 밤새도록 작업하며 이를 전시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자유의 종 모형을 실어 왔고, 크노벨스 놀이공원은 공원 벤치를 보내왔다. 한 자원봉사자는 나누어줄 우츠 감자칩을 자동차에 가득 싣고 직접 운전해 왔다. 두 상원의원실 직원들이 부스를 지켰으며, 안을 구경하려는 방문객들의 행렬은 끊임없이 문밖까지 이어졌다.
매사추세츠주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러던 중 미국 독립에서 그토록 결정적인 역할을 한 주가 박람회에 빠진다는 사실에 경악한 은퇴 교사 도나가 나섰다.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매사추세츠주 관련 기념품들을 모았다. 지역의 메이플 시럽 생산자에게 전화를 걸어 시식용 제품을 제공받았고, 워싱턴 D.C.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호텔 객실을 예약한 뒤, 부스를 직접 지키기 위해 매사추세츠에서 열 시간을 운전해 왔다.
이 소식이 페이스북을 통해 퍼지자 도나가 “The Minutewomen 여성 민병대”라고 부른 친구 두 명이 돕기 위해 차를 몰고 내려왔다. 이어 매사추세츠의 한 제과점이 관람객들에게 나누어줄 쿠키를 여행가방째 보내왔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의 군복을 입은 재현 배우도 나타났다. 3D 프린팅 사업체를 운영하는 한 부부는 무료로 배포할 매사추세츠 열쇠고리 수백 개를 만들어 가져왔다. 관람객들이 그녀의 노력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부스를 찾아오면서 도나는 어느 정도 유명 인사가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주의 부스를 운영하기 위해 뛰어든 이 남녀들이 보여준 투지와 자립심, 결단력은 그 어떤 관광청의 전시물보다도 미국 독립혁명을 시작하게 했던 애국정신을 훨씬 더 잘 구현했다.
박람회를 맹렬하게 비난한 비평가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아마도 “오글거리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비판은 박람회가 더욱 큰 성공을 거두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박람회가 성공했다는 사실 자체를 경멸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었다.
진실은 애국심이 그 모든 거칠고 당당하며 대담한 영광을 간직한 채 돌아왔다는 것이다. 애국심은 피를 흘리고 이가 부러진 채로 결승골을 터뜨린 직후, 자신이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선언하는 올림픽 아이스하키의 전설 잭 휴스에게서 나타난다. 스포츠 경기장을 가득 채운 팬들이 목청껏 〈Take Me Home, Country Roads〉를 부르는 모습에서도 나타난다.
미국의 배스 프로 숍과 부키스 주유소에 매료된 외국인 월드컵 팬들을 바라보며, 미국인들이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자신들의 문화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데서도 나타난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위대하게 만드는 사람들과 장소들을 보여주며 내셔널 몰 한가운데 드넓게 펼쳐진 이 박람회에서도 나타난다.
요즘 젊은이들의 표현대로 말하자면, 다시 미국을 사랑하는 것이 멋진 일이 되었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