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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은률군에서 대규모 ‘지방발전정책 대상 건설 착공식’을 열고 또 한 번 요란한 선전전에 나섰다.
김정은이 직접 참석하고, 인민군 부대와 간부들이 총동원된 이 행사는 ‘지방혁명의 새 출발’이라는 거창한 표현으로 포장됐지만, 실질적 성과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번 행사는 내용보다 형식이, 주민의 삶보다 지도자의 연출이 앞선 전형적인 북한식 정치 이벤트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 당국은 올해 20개 시·군에서 공장과 보건시설, 문화시설이 동시에 들어서며 “전국 시·군의 근 3분의 1이 개벽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수차례 반복된 공식 레토릭에 불과하다.
지난 2~3년간 북한은 거의 매년 ‘지방공업공장 준공’, ‘지방 변혁의 원년’을 선언해 왔지만, 실제로 정상 가동되는 시설은 극히 제한적이다. 전력 부족, 원자재 결핍, 기술 인력 부재라는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착공식은 성대했지만, 완공 이후의 운영 계획과 주민 생활 개선에 대한 구체적 수치는 어디에도 제시되지 않았다.
이번 착공식의 또 다른 특징은 전면적인 군 투입이다. 북한은 지방발전정책의 ‘전위대’로 인민군을 내세우며, 건설을 경제 문제가 아닌 충성 경쟁의 장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군인들은 ‘인민의 행복 창조자’로 호명되지만, 실제로는 민간 노동력을 대체하는 값싼 강제 노동력에 가깝다. 이는 지방경제의 자립을 키우기보다, 군사 조직을 사회 전반에 더욱 깊이 침투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군의 역할이 확대될수록 지방 행정과 주민 참여는 오히려 축소된다. 북한 매체는 폭파 장면과 ‘첫삽’ 의식을 대대적으로 부각시키며, 이를 ‘자력 부흥의 상징’으로 묘사했다. 그러나 이러한 연출은 과거 수십 년간 반복돼 온 상징 정치의 재현일 뿐이다.
문제는 폭음 이후다. 공장이 실제로 돌아가는지, 병원이 의약품을 갖추는지, 주민이 그 혜택을 체감하는지는 거의 검증되지 않는다. 북한 내부에서조차 지방 주민들이 새로 지어진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거나, 이용료 부담으로 접근하지 못한다는 증언은 끊이지 않는다.
이번 착공식은 조선노동당 9차 대회를 앞두고 연출된 성과 예고용 행사라는 성격이 짙다. 실제 성과가 아닌,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반복 제시함으로써 내부 결속과 충성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지방발전은 구호와 동원, 충성 맹세로 이뤄지지 않는다. 전력·물류·시장 기능이 마비된 상태에서의 건설은 결국 또 하나의 ‘사진용 건물’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