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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15 |
노동신문은 염주군의 가을걷이 현장을 “기쁨이 넘쳐나는 전야”로 묘사하며, “당정책의 정당성과 생활력”을 찬양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는 매년 반복되는 북한식 풍년 선전의 전형이다.
기사에는 실제 생산량, 기상 조건, 농자재 공급, 식량 분배 실태 등 핵심적인 데이터가 완전히 빠져 있다. 대신 “밭벼도 장훈을 불렀다”, “모두의 헌신적인 노력” 같은 정치적 수사만이 가득하다.
북한의 농업 현실은 구조적 문제로 점철되어 있다. 노후화된 관개시설, 비료 부족, 농기계 부품난, 그리고 무엇보다 농민들의 자율성과 인센티브 부재가 생산력 향상을 가로막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여전히 ‘정신력’과 ‘사상전의 포화’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과학적 농업이 아닌 ‘정치농업’의 실상을 드러낸다.
신문은 올해 염주군이 “밭벼와 논벼 두벌 농사로 정보당 1톤 이상 증수했다”고 자찬하지만, 밭벼는 북한 내부에서도 실험적 성격이 강하며, 수확량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사례는 드물다. 밭벼 재배는 논의 물 공급이 불가능한 지역에서 대체재로 시도되어 왔으나, 가뭄과 병충해에 취약해 품질과 생산성이 크게 불안정하다.
더욱이 기사에서 언급한 “피토신, 다원소광물질비료” 등은 과학기술을 과장하기 위한 표현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공급망이 붕괴된 조건에서 자체 제작된 비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북한 농민들의 “밭벼 성공담”은 국가가 강제한 실적 보고일 가능성이 높으며, 현장의 생생한 고충은 철저히 삭제된다.
기사의 후반부는 “사상전의 집중포화”, “교대간 경쟁”, “집단적 혁신” 등 전시적 표현으로 가득하다. 이는 농민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하기보다는, 상명하복식 동원체제를 정당화하는 선전의 언어이다. 농업생산이 단순히 경제활동이 아니라 ‘충성심의 증명’으로 전환된 것이다.
“포전을 뜨지 않고 과제를 수행한다”는 대목은 사실상 농민들에게 가해지는 초과노동과 강제노역을 은폐한다. 이는 생산성과 효율을 높이기보다, ‘정치적 충성 경쟁’으로 전락한 농업 현장의 현실을 드러낸다.
신문은 “매일 수천명의 지원자들이 농촌에 나가 낟알털기를 돕는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실질적인 ‘자원봉사’가 아니라 국가 총동원체제의 일부다. 공장, 기업소, 기관이 “농촌지원사업”에 강제로 배정되는 것은 1990년대 식량난 이후 북한에서 반복되어 온 현상이다.
당국은 이를 “애국적 열의”로 포장하지만, 주민들에게는 일상적 피로와 생계 부담만을 가중시킨다. 게다가 지원자들이 “낮에는 벼단을 운반하고 밤에는 낟알털기를 한다”는 표현은 노동력의 과도한 착취를 상징한다.
노동신문의 이번 기사는 단순한 농업보도가 아니다. 이는 내년 초로 예상되는 조선로동당 제9차대회를 앞두고, “알곡고지 점령”이라는 정치적 목표를 달성했다고 선전하기 위한 도식적 성과보고다. 실제로 기사 속 모든 문장은 “김정은의 현명한 영도”를 증명하기 위한 장치로 기능한다.
결국, “흐뭇한 결실”이라는 표현은 주민의 배불리 먹을 권리가 아닌, 권력의 정치적 정당성을 위한 상징에 불과하다. 북한의 현실에서 풍년은 곧 ‘충성의 풍년’, ‘사상전의 결실’로 환원된다.
노동신문이 말하는 염주군의 풍년은 사실상 국가가 주민에게 강요한 ‘정치적 수확’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농업 혁신을 이룩하려면, 사상전이 아니라 과학기술의 현실적 적용, 농민 자율성 보장, 그리고 식량 유통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의 보도는 여전히 “정신력”을 강조하고 “김정은의 영도”를 찬양하는 데 그친다. 이처럼 현실을 왜곡한 선전이 계속되는 한, 북한의 “풍년 기사”는 매년 같은 문장으로 되풀이될 뿐이다. 풍년의 노래는 울리지만, 주민의 식탁은 여전히 비어 있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