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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풍년가을의 선전 뒤에 감춰진 진실

- 선전용 ‘선경마을’의 허상과 농촌 진흥이 아닌 충성 경쟁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97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황해남도 은천군 마두농장에서의 ‘새집들이 풍경’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김정은의 ‘위민헌신’과 ‘농촌혁명강령의 빛나는 실현’을 강조했다. 그러나 기사에 담긴 화려한 수사는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조선중앙통신은 마치 전국 농촌이 문명과 풍요로 충만한 것처럼 포장하지만, 실상은 극히 일부 시범지구에 불과하다.

몇 십 세대의 신축 주택과 탁아소를 소개하면서 “풍년가을의 정취”라 표현했지만, 다수 농촌 주민은 여전히 열악한 주거 환경과 만성적인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전기·수도·난방조차 안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의도적으로 가려버린 것이다.

행사 연설자는 김정은의 ‘크나큰 사랑’ 덕분에 문명의 보금자리가 솟아올랐다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인민의 기본적 권리를 지도자의 시혜로 전도시키는 전형적 정치 선전이다. 살림집 이용허가증을 ‘은덕’으로 받들며 눈물과 충성의 맹세를 강요하는 장면은 주민 스스로의 권리와 주체적 삶을 부정하는 것이다.

행사 참가자들은 “애국농민”이 되겠다며 ‘과학농사’와 ‘다수확 열기’를 다짐했지만, 이는 자발적 결의라기보다 정치적 충성경쟁에 불과하다.

진정한 농업 혁신은 농민들의 자율성과 생산수단의 현대화에서 비롯되어야 하지만, 북한 체제는 여전히 군중동원과 구호에만 의존한다. 실제로 북한 농업은 기후 재해, 비료·농자재 부족, 낮은 기계화율로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군 기동예술선동대가 벌인 ‘흥겨운 춤판’은 체제 선전의 전형적인 마무리 장치다. 신축 주택 입사 행사를 ‘혁명적 성과’로 포장하며 기쁨을 강요하는 형식은 주민들의 진짜 목소리를 억압하는 상징적 장면이다. 농민들의 삶은 여전히 배급 불안과 노동 착취로 얼룩져 있는데, 겉으로만 번듯한 잔치가 그것을 가릴 수는 없다.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는 일부 시범적 주택 건설을 전체 농촌의 ‘문명화’로 과장하고, 주민의 기본적 권리를 ‘지도자의 은혜’로 둔갑시키는 전형적인 북한식 선전물이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풍년가을의 정취를 주민들에게 안겨주려면, 보여주기식 건설과 충성심 강요가 아니라 실질적 식량 생산력 향상, 생활 인프라 개선, 농민들의 자유로운 삶 보장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김·성·일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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