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북한의 오늘] ‘전통적 친선’의 허상에 갇힌 북·중 외교

- 중국의 계산된 태도와 형식적 수사에 머문 회담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96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회담은 겉보기에 양국의 “전통적 친선”을 과시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는 양측 모두 내부 정치적 목적에 활용하기 위한 의례적 만남에 불과하다. 보도는 “견해의 완전한 일치”라는 상투적인 표현으로 회담을 포장했지만, 구체적 합의 사항이나 실질적 협력 방안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최선희 외무상은 김정은의 발언을 반복하며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조중 친선은 불변”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국제 제재와 외교적 고립 속에서 중국을 유일한 후원 세력으로 내세워 정권의 안정을 과시하려는 전형적인 선전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은 북한이 자력으로는 돌파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중국에 의존해 해결하려는 무력감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왕이 외교부장은 “두 나라 최고지도자들의 공동인식”을 근거로 협력을 강조했으나, 이는 북한의 체제 보장을 무조건 지지한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 속에서 북한을 도구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중에 가깝다.

중국은 북한을 미국과 서방을 견제하는 지정학적 카드로 유지할 뿐, 경제적·군사적 지원을 과거처럼 전폭적으로 제공하지는 않는다. 이번 회담 역시 북한이 바라는 ‘실질적 지원’보다는 상징적 교류 차원에서 마무리되었다.

북한 매체가 강조하는 “로세대 지도자들이 쌓아온 귀중한 재부”라는 표현은 현실과 동떨어진 낡은 수사에 불과하다. 실제로 북·중 관계는 상호 불신과 이해관계의 충돌로 얽혀 있으며, 북한은 종종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해왔다. 전통적 우의라는 표현은 갈등과 불균형을 감추는 가면일 뿐이다.

이번 회담은 북한이 대외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중국에 의존하고 있음을 재확인시켜준 사례다. 그러나 북한이 의도하는 ‘변함없는 혈맹 관계’는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 조정될 수 있는 가변적 요소다.

화려한 외교적 수사와 달리, 실제로는 상호 불신이 내재된 관계라는 점에서 ‘전통적 친선’ 담론은 공허한 외침에 그치고 있다.

김·성·일 <취재기자>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